동네잡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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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과 파란색과 나의 계절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달은 오월이다. 첫 번째 이유는 내 생일이 오월에 있어서. 어릴 때부터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만 들으면 괜히 내가 다 으쓱했다. 나는 이렇게 예쁜 달에 태어났지롱. 두 번째 이유는 날씨도 색깔도 어감도 예뻐서. 오월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고(우리 고양이 이름도 오월이 될뻔했었다) 변덕스러운 초봄을 지나 파랗고 초록색으로 진하게 물드는 오월의 색도 좋았다. 적당히 따땃하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한, 여름이라고 하기엔 봄 같고 봄이라 하기엔 조금 진해진 계절. 요즘 밴쿠버의 오월이 너무 반짝이고 예뻐서 자꾸 감상에 젖는다. 매일 오가는 출근길에서 매일 같은 장면을 찍고, 퇴근길엔 빙빙 돌아 조금 더 날씨를 만끽한다. 어느날은 아침에 너무 일어나기 싫어 트레인 ..
2020.05.20 -
밴쿠버에서 만난 겹벚꽃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밴쿠버에서 만난 친구와 영어로 수다 떨며 걷는 날. 오늘은 처음 가보는 루트로 걸었는데, 너무 내 취향의 풍경을 많이 만나서 즐거웠다. 그중 제일은 역시 갑자기 만난 겹벚나무들. 무슨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뒤를 돌자 갑자기 커다란 나무들이 눈에 꽉 차게 들어왔다. 타이밍도 좋게 만개한 겹벚나무들이 줄을 지어 꽃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너무 예쁘고, 꼭 우리 동네 겹벚꽃 포인트와 조금 닮아있어 꿈만 같았던 순간. 꽃터널 아래에서 한참이나 벗어나질 못했다 밴쿠버에 카메라를 못 가져온 게 아쉽지만, 고프로가 생각보다 사진도 괜찮네! 그동안 늘 실패했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나름 만족스럽다. 오래간만에 햇빛 아래에서 한참을 걷고 이제 꽤 편해진 친구와 말도 안 되는 영어로라도 신나게 떠드니..
2020.04.20 -
동네잡기 (2019, 여름에서 가을로)
여름은 뜨겁고 초록과 파랑으로 물들고 가을은 따사롭고 노랑과 빨강이 가득한 동네 내년에 못 본다는게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계속 있어줬으면 좋겠지만... 내가 돌아올 때까지라도 기다려줬으면 좋겠네
2019.12.05 -
19.09.28, 29
어제는 엄마가 꾼 대박 꿈을 사서 복권을 사러 갔다. 학원에 갔다가 동네 복권방에 갔는데 근처 atm기를 못 찾아서 조금 헤맸다. 복권방에는 보통 그렇듯 아저씨들로 가득했는데, 그래서 나는 복권방에 들어가는 일이 조금 성가시다. 거의 모든 아저씨들이 웬 아가씨가?? 하는 눈빛을 숨길 생각이 없으시다. 대충 번호을 찍고 자동을 조금 더 사서 나왔다. 그날 저녁에 바로 확인한 로또 이만원 어치는 죄다 꽝이었다. 5만원이라도 된 적이 없어 증말. 그래도 복권 사러 가며 좋아하는 풍경을 또 잔뜩 찍었다. 예쁜 날씨에 예쁜 나무와 아파트. 저녁엔 우리가 좋아하는 식당에 성준이가 좋아하는 비프파이를 먹으러 다녀왔다. 가끔 나오는 메뉴라 나도 반가웠고, 역시 맛있었다. 역시 너무 비쌌고 역시 우리는 과소비를 하고 말..
2019.09.29 -
책이 나왔다.
[ 곳 간 ] 우리의 첫 출판 _ [곳간] 프로젝트의 책이 나왔다. 31권 인쇄했을 뿐이라 실은 출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6개월간 다니고 사진과 글로 담았던 곳들이 차곡차곡 담긴 인쇄물을 보니, 살짝 으스대며 '첫 출판'이라고 부르고 싶어 진다. [곳간]은 서울시 청년참 청년커뮤니티에 선정되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작년 이맘때쯤, 2015년을 맞이하며 세웠던 계획을 이룬 기분이다. 취미의 프로젝트화. 꽃이 피고 눈이 올 때마다 사진을 찍으러 나갔고, 그러다 보니 우리 동네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분기별로 사진을 찍으러 나가던 취미를 프로젝트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했다. 게을러지는 스스로 붙잡고 사라지는 동네도 붙잡는 이름하야 . 어릴 때부터 한다 한다 하던 재건축이 정말 시작해버릴..
2016.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