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Okinawa (2016)

2016. 7. 17. 00:03The Moment/Traveling

5월엔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이진이와 몇 년 전부터 가자고, 가자고 말만 하다가 드디어!


일정은 비행기 가격에 맞췄다. 5월 첫째 주는 일본 골든위크. 사람도 많을 거고 비행기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비쌀테니 패스. (이 기간에 한국-오키나와 비행기는 평소 가격의 2-3배까지 뛰었다.) 5월 중순부터는 오키나와 장마라고 했다. 그렇다면 둘째 주 낙찰. 


운 좋게도 인턴도 월차를 쓸 수 있는 회사에 다녔고, 월차를 조각조각 모아 한 방에 붙여 휴가를 냈다. 3박 4일은 좀 아쉬우니 4박 5일로. 


돌이켜생각해봐도 정말 날짜 한 번 기가 막히게 잡았다. 우리가 오키나와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비가 왔고, 이진이가 도쿄로 먼저 떠나고 내가 한국으로 떠날 준비를 할 때부터 장마가 시작됐다. 우리의 오키나와는 5일 내내 눈물나게 맑음 :)





몇 년 전, 츄라우미 수족관 동영상을 보고선 오키나와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고요하면서도 깊은 수족관 안에서 고래와 상어, 물고기들이 천천히 유영하는 장면은 정말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지금은 수족관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아서, 츄라우미는 패스. 얼마전 롯데 아쿠아리움에서 죽은 벨루가나, 한화 빌딩에서 머리를 쿵쿵 박으며 미쳐가는 재규어 영상이 계속 아른거리기도 하고.


또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푸른 동굴에 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패스. 나하에서 많이 멀고, 비가 오면 스쿠버다이빙 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린 렌트도 안 하니, 한 번 발이 묶이면 골치아파진다. 이진이가 대안을 찾았기 때문에 빠르게 포기할 수 있었다. 



대안은 구메지마 섬과 그 섬에서 갈 수 있는 작은 무인도 하테노하마. 테마는 바다, 온통 바다 바다. 


그래서 우린 이틀 내내 섬에 콕 박혀서 바다를 둥둥 떠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더할나위 없이 완벽했던 휴가.






호텔 바로 뒤 바다. 프라이빗 비치처럼 사람이 별로 없었다. 먼 바다에서 놀고 와서 정작 여기에선 놀지 못했네. 




















하테노하마에 첫 발을 디디고 찍은 사진. 천국처럼 아름다웠고 그 천국에 나와 이진이(와 스태프 한 명)뿐이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여기에 오려고 내가 오키나와에 왔구나.  


와, 미쳤어, 대박, 같은 단말마의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우리는 해변을 뛰어다녔다.






























바다는 여러색으로 반짝였고 포말은 하얗게 부서졌다.










눈이 멀 것 같은 바다. 절대로 잊지 않아야지, 눈으로 꼭꼭 담아왔지만 하테노하마를 떠나는 순간부터 이거 정말 현실이었나, 내가 그곳에 있던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상같았던 바다와 섬.








































하얀 모래섬이 꼭 하얀 소금 사막 같다고 생각했다. 

이진이와 또 꼭 가고 싶은 곳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고등학생때부터 꿈꾸던 곳인데, 우리 갈 수 있을까










섬에 있는 거라곤 모래와 바다, 파라솔과 화장실 하나 뿐.

이거 꼭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화장실 같지 않나 싶어 웃었다.










정신을 반쯤 놓고 바다를 바라보다가 우리밖에 없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물고기들과 긴 장어 같은 것들을 만나고 모래섬을 하염없이 걸으며 또 바다를 보았다. 섬을 떠나고 싶지 않았어





















떠나면서 본 바다도 비현실

어쩜 이래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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