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비행기: 냐짱 여행

2019. 11. 3. 11:55The Moment/Traveling


올해는 비행기를 참 많이 탔다.
작년 12월에 보홀을 시작으로 5월에도 모알보알로 다이빙 여행을 다녀왔고, 6월엔 퇴사하자마자 이진이를 보러 일본으로, 8월엔 엄마랑 이모와 코타키나발루로. 그리고 10월, 은근 여행 같이 많이 안 가는 애인과 냐짱에 다녀왔다.
(비행기 안 탄 단양, 철원, 통영, 전주까지 하면 진짜 오지게도 다녔다...)

애인과는 작년 여름 휴가로 태국에 다녀온 후 처음 같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온 건데, 태국에서 내가 지랄맞게 굴고, 결국 싸워서 이번 여행은 서로 좀 조심했다. 그래서인지 둘 다 여행 내내 약간 긍정충 되어서 좀 웃겼네. 애인은 좀 그런 성향이지만 난 그런거 잘 못 견뎌했는데 확실히 효과는 좋아.... ㅎ

냐짱은 바다는 생각보다 안 예쁘다는 얘길 듣고 가서일까, 바다도 생각보다 예쁘던데? 다만 파도가 너무 세고 거칠어서 해수욕하기 좋은 바다는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바다가 더 예쁠 섬 투어를 가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보기도 했지만 애인 성향이랑 너무 안 맞아서 포기. 그래서 내가 친구들이랑 여행 다니는 거다 이 자슥아..

그래도 리조트가 정말 좋았다. 리조트만으로도 성공한 여행. 5월부터 블로그 후기 보며 꿈꾸던 그 리조트, 그 수영장에 그 뷰까지. 비싼 거 빼면 다 좋았다.



첫날엔 날이 조금 흐려서 전체적으로 파란 느낌의 리조트가 조금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다음날부터 맑아진 날씨와 함께 청량하고 시원한 파란빛으로 돌아와 즐거웠다. 엄마와 이모와 갔던 코타 키나발루 리조트는 따뜻한 녹색과 노란빛의 공간이었는데 이번엔 파란색이라니. 공간에서 느껴지는 빛깔을 기억해두는 것도 색다른 기억법이겠다.

냐짱에서는 먹고 수영하고 마사지 받고, 또 먹고 마시고 잤다. 소울푸드를 꼽으라면 쌀국수를 뽑는 나에게, 베트남은 정말 음식의 천국이었다. 다들 맛있다던 태국도 어떤 건 맛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그냥저냥 그랬는데, 베트남.. 정말 최고야.. 첫 베트남 여행이라 쌀국수 먹기에도 3박 5일이 모자라 다른 요리는 많이 못 먹어본 게 아쉽다. 다음에 오면 퍼보 말고 다른 음식들도 진짜 많이 먹어야지.



다음엔 음식 사진도 잘 찍어봐야지... 기록만 하고 허버허버 먹느라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네.

여행을 가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번 여행은 당장 눈앞의 것들을 생각하느라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여행이 이 사람이 가끔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낯설지 않은 생각이라 더 낯설게 느껴진다. 아주 오랜 시간,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인데 왜 그럴까. 아주 오랫동안 나를 흔들어 왔던 감정도 어쩌면 이런 것.

여행이 끝난 후 곱씹는 여행에서의 감각들이 있다.
쌀국수는 다시 생각해도 맛있었고, 그때 우리 조금 예의를 차리고 있었구나, 편안했고 즐거웠는데 까끌거리는 이 모래같은 건 뭘까. 돌이켜 돌이켜 곱씹어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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