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 엄마와 이모와 함께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다.
셋 조합으로는 당연하고, 애초에 난 친척과 어디를 놀러가는 것이 처음이었다.
엄마와 많이 닮았지만 정말 많이 다른 이모. 가깝지만 타인만큼이나 낯선 이모와의 첫 여행
그리고 오랜만에 엄마와 가는 여행, 아빠 없이는 또 처음이라 이래저래 설레면서도 책임감이 막중하고 걱정이 많이 되는 여행이었다.
엄마와 이모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항공권 살 때부터 숙소 예약까지 준비 단계에서만 여러 실수를 해서 식은땀을 몇번이나 흘렸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미리 신청해둔 공항 환전 금액을 수령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탔다 ^^! 미친 사람 ^^!
정말로 뒷목이 뻣뻣해질 정도였으나, 비행기가 뜨기 직전에 깨달은 것이 다행이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뜨기 직전, 데이터가 끊기기 직전까지 현지 공항에서 환전은 어떻게 하는지, 24시간인지 확인하느라 아찔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 환전 24시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늦은 스케줄의 에어서울 항공편이었는데 환전소 열려있었음.)
게다가 환전소 알아보다 또 깨달은건데, 나 한국돈도 1인 기준으로 뽑아옴 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ATM에서 수수료 내고 뽑았다. 엄마랑 이모한텐 말 안함. 하하.
여행 고수는 아니어도 나름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항상 초보자의 마음으로... ^^..
이래저래 떠난 코타키나발루.
엄마와 이모의 체력에 맞추어 짠 널널한 계획 덕에 나도 편하게 호강을 누리다 왔다.
혼자 이것저것 준비하고 신경쓰는 건 좀 오랜만이라 조금 힘들긴 했어도 즐거웠지.
도착하는 날 포함 이틀 지내기로 한 숙소는 뒤늦게 바꾸는 바람에 저렴한 값을 하는 숙소였다.
사실 뭐, 시설이 나쁘진 않았는데 소파베드가 있다고 해서 스위트룸 하나를 예약했던 건데 소파베드는 커녕 소파도 없고 큰 침대 하나뿐이어서 너무 불편하게 잤다. 너무 싼 방이다 싶었지 내가.
게다가 분위기나 기에 예민한 엄마가 끔찍한 꿈을 꾸고 이틀 내내 잠을 못 자서 조금 속상했던 곳.
혹시 코타키나발루에 다시 가게 된다면 피하고 싶다. (더 클라간 리버슨 소호)
첫 숙소만 빼곤 가히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할 수 있었다.
첫날의 환상적인 석양과 CG같은 반딧불이, 다소 비쌌지만 사람 없고 아름답던 디나완섬
진짜 여기가 천국이지 싶었던 (많~이 욕심내서 비싼 값 내고 갔던) 샹그릴라 탄중아루까지.
리조트는 정말 식사 물가 빼고는 나무랄 것이 없어. 너무 좋아.
심지어 샹그릴라 탄중아루는 밥도 꽤 맛있었다.
아, 그치만 마사지는 조금 아쉽다. 가격에 비해 그리 친절하지 않았고 마사지사들이 집에 빨리 가고 싶어했음.
비싼 돈 주고 한건데 조금 속상하지만, 엄마랑 이모에게는 티내지 않았다.
사실 난 여행하면서 불만도 많이 얘기하는 편인데, 조금 참는 것도 서로의 여행을 위해 좋은 것 같긴 하다.
엄마랑 이모한테 말했으면 분명 같이 속상해졌을테니까.
돌아보니 돈 쓰는 건 좀 아쉬움이 많았네.
그래도 떠나는 날, 잊지 못할 스테이크와 파스타 맛집도 만났고
수영장과 바다에서 원없이 수영도 하고 예쁜 선셋도 보고
마음 편히 즐겁게 쉬다 놀다 왔던 코타키나발루.
코타키나발루에서 보았던 석양 중 가장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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