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색을 찾아서
안 덥고 안 습한 환상적인 날씨가 계속되고 코로나 확진 케이스는 날이 갈수록 줄었던 밴쿠버의 여름. 하지만 여전히 주 간 여행은 금지되어 있었다.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꿈꿨던 록키산맥과 밴프 여행은 내가 있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알버타 주로 이동해야 했기에 가기가 어렵게 됐다. 캐나다까지 와서 록키를 못 가다니 마음이 쓰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BC주 내에서 놀아보자고, 하우스메이트들과 렌트를 해서 놀러 갈 계획을 세웠다. 다들 캐나다스러운 곳, 대자연에 목말라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많아(BC의 밴프라는 조프리 레이크도 내가 있던 기간 내내 문을 열지 않았다.) 선택지가 그렇게 많진 않았다. 고심하다 가리발디 산에 가기로 했다. 물론 가리발디 산 역시 코로나 때문에 등반객의 수를 ..
2021.02.15 22:18 -
친구들의 집
밴쿠버를 떠났고 다시 한국이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이곳저곳 지원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밴쿠버에서도 이력서를 쓰고 여기저기 뿌리며 기다리는 일상을 지냈던 때가 있었지만 마음과 현실의 무게가 같을 순 없겠지. 코로나는 점점 더 심해지고 구직 시장도 얼어붙어 쌩백수의 마음은 쓰라리다. 불안해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내가 이 불안함을 온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것 모두 너무나 잘 알기에, 불안해하며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간과 불안함을 까먹고 즐거운 일을 하는 시간을 나눠보기로 한다. 어떡하지, 해야할 일 사이의 딴 짓이 너무 즐거워. 얼마 전에는 밴쿠버에서 찍었던 필름 사진을 현상했다. 사람보다는 사람 없는 풍경을 더 좋아하고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서 ..
2020.11.20 16:33
-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이야기는 낯선 곳에서 낯설게 시작된다. 다른 인류, 다른 행성, 어쩔땐 로봇. 오히려 울산이라는 배경이 나왔을때 당황했을 정도로 대부분의 배경은 우주 어딘가. 하지만 배경과 등장인물을 제외한 감정과 행동 이유 양상 분위기는 낯이 익다. 공동체의 전체주의같은 규칙, 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 불일치감을 느끼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존재하는 사랑, 사랑하지만 더이상은 같은 세계를 공유하지 못하는 관계, 절대 만날 수 없는 선들이 단 한번 교차하는 순간 같은 것들. 낯설고 기묘한 비현실의 세계에서 생생한 현실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재밌다뿐일까, 짜릿했다. 영혼이 반응하는 느낌. 김초엽의 이전 책은 전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 삶의 외로움, 그럼에도 도전과 사랑으로 가..
2022.01.26 17:01 -
<1719,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 핫펠트
무겁고 우울하고 힘들었던 그의 3년 나는 늘 희망과 사랑을 찾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런 마음에 빛을 얻고 또 울고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멋진 노래들과 마음을 움직이는 가사, 그리고 이겨내고 살고 있는 삶이 담긴 글 마음이 아팠고, 감정이 흔들리고 동화됐고, 그럼에도 또 힘을 얻는다. 고맙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
2021.05.16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