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 간 ]


우리의 첫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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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프로젝트의 책이 나왔다. 31권 인쇄했을 뿐이라 실은 출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6개월간 다니고 사진과 글로 담았던 곳들이 차곡차곡 담긴 인쇄물을 보니, 살짝 으스대며 '첫 출판'이라고 부르고 싶어 진다.


[곳간]은 서울시 청년참 청년커뮤니티에 선정되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작년 이맘때쯤, 2015년을 맞이하며 세웠던 계획을 이룬 기분이다. 취미의 프로젝트화. 꽃이 피고 눈이 올 때마다 사진을 찍으러 나갔고, 그러다 보니 우리 동네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분기별로 사진을 찍으러 나가던 취미를 프로젝트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했다. 게을러지는 스스로 붙잡고 사라지는 동네도 붙잡는 이름하야 <동네잡기>. 어릴 때부터 한다 한다 하던 재건축이 정말 시작해버릴 것 같아 불안한 마음도 프로젝트를 부추겼다. 그렇게 동네의 일 년을 담았다. 꽃 피는 봄, 더워서 한 발 자국도 움직이고 싶지 않던 여름, 간 보다 와르르 물들고 하룻밤 새 사라지는 가을, 처량하지만 눈이라도 오면 세상 가장 포근한 겨울. 게으르지만 꾸준했던 철산 동네잡기.





그러던 중, 흑석동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입학할 때부터 공사판이던 학교, 선거 때마다 뉴타운 공약이 넘실대던 동네였기에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주 야경을 보러 올라가던 용봉정 근린공원이 폐쇄되고, 골목골목 죄 부서진 것을 보고서야 실감했다. 내가 기억하는 흑석동도 어느 순간 사라지겠구나. 아끼던 곳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선 감정이었다.


사라지는 걸 막을 순 없어도, 추억할 무언가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네잡기>를 시작했고,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곳간]으로 일을 벌였다. 같은 배경에서 나름의 시간을 보내온 친구들과 함께 우리가 아끼는 동네를 구경 갔다. 흑석동과 철산동, 미아동과 보라매의 시간을 붙잡았고 또 새로운 기억을 쌓았다.





그리고 청년참 지원금 덕분에 욕심내 이렇게 책까지 냈다. 글과 사진을 손에 잡히는 것으로 만드는 일은, 늘 해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쉽게 할 수 없었다. 조금 급하게 작업한 감이 있어 아쉽고 또 아쉽지만 그럼에도 뿌듯해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2016년은 꽤 묵직한 해였다. 아니, 가벼운 해였던가? 많이 눌리고 힘에 부치면서도, 손에 남은 것 하나 없는 것 같은 그런 허무함에 몸을 떨었던 해였다. 올해의 마지막 내 손에 남은 것을 헤아려 본다. 그중 하나가 [곳간]이라 참 다행이다.  여기저기 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내 글과 사진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책을 마구마구 나눠주고 싶은데 수량이 적어 아쉬울 뿐이다. 남은 네 권은 어디로 갈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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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30 00:16 edit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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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7.11.23 01:25 edit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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