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女僧) / 백석
여승(女僧) /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의 냄새가 났다.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늬 산(山) 깊은 금덤판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여인(女人)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 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_백석《사슴》(1936) 수능이 끝난 해 겨울 어느 날 처음으로 시를 보고 울었다. 언어영역을 좋아했지만 단 한 번도 이 시를 보고 눈물이 난 적은 없었는데 수능이라는 속박이 ..
201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