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28, 29

2019. 9. 29. 22:00In the Box


어제는 엄마가 꾼 대박 꿈을 사서 복권을 사러 갔다. 학원에 갔다가 동네 복권방에 갔는데 근처 atm기를 못 찾아서 조금 헤맸다. 복권방에는 보통 그렇듯 아저씨들로 가득했는데, 그래서 나는 복권방에 들어가는 일이 조금 성가시다. 거의 모든 아저씨들이 웬 아가씨가?? 하는 눈빛을 숨길 생각이 없으시다.
대충 번호을 찍고 자동을 조금 더 사서 나왔다. 그날 저녁에 바로 확인한 로또 이만원 어치는 죄다 꽝이었다. 5만원이라도 된 적이 없어 증말.
그래도 복권 사러 가며 좋아하는 풍경을 또 잔뜩 찍었다. 예쁜 날씨에 예쁜 나무와 아파트.

저녁엔 우리가 좋아하는 식당에 성준이가 좋아하는 비프파이를 먹으러 다녀왔다. 가끔 나오는 메뉴라 나도 반가웠고, 역시 맛있었다. 역시 너무 비쌌고 역시 우리는 과소비를 하고 말았다. 성준이가 밥을 샀지만 그도 생활비가 얼마 안남았고 나는 정말 더 거지라서 왠지 조금 시무룩해졌다.

오늘은 다솜언니를 보러 독립출판 박람회,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이런 행사에 갔는데 역시나 눈이 돌아가고야 말았다. 언니 책은 물론, 또 바다 사진첩을 샀고 (다른 작가들의 바다 사진집 두 권 있음) 귀여운 일러스트 집도 하나 샀다.(엄마는 왜 이런 걸 사는지 이해하지 못함) 멋진 하와이 바다 엽서도 한 장 샀고, 성준이는 첫 행사 참석에 포스터를 세 장이나 샀다. 사고 나서 보니 한 장는 왠지 자기 취향과는 조금 어긋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우드스탁과 스누피 뱃지까지 야무지게 쟁인 오늘의 소비왕들. 어제 돈 없다고 우울해하던 두 사람인데 오늘도 조금 즐겁고 조금 우울해졌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창작물들을 만나 즐거웠지만, 나는 어째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너무 멋진 작품들에 환호하면서도, 생각보다 더 비슷비슷한 작품들에 조금 아쉬워지고 결국 내 것 역시 이미 판에 너무 많이 나온 것들이라는 생각을 피할 수가 없네. 뭘 할 수 있을까 어떤 포인트를 줄 수 있을까

귀여움 다솜언니 책을 읽으면서는, 착실한 기록이 역시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왠지 초등학생의 일기처럼 깨달음이 많은 하루였네

특이하고 멋지고 착실한 것들을 많이 만나는 건 어쨌든 즐겁고도 자극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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