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과 2015년의 사이

2015. 1. 2. 20:29In the Box

해피 병상(?) 연말 :) 붕어빵과 계란빵으로 아주 즐거웠던 30분간의 연말파티


2014년을 병원에서 보내고 2015년을 병원에서 맞았다. 수술 날짜가 잡혔을 때는 그 때 밖에 시간이 안되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리고 연말이래봤자 신정으로 쇠는 우리집 설 차례 빼고는 중요한 약속도 아직 없으니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연말에 입원을 하자니 왠지 조금 서글퍼지졌다어차피 하루 하루 사람들이 정해놓은 단위들이고 어제나 오늘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루일뿐인데도.

 

그렇게 30일에 수술을 하고 31일은 너무 답답하고 괴로워서 그저 빨리 내일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텼다. 31일 밤은 꽤 괴로웠다. 코를 빈틈없이 막아놓은데다 안이 잔뜩 부어서 점점 답답해지고 있었고 옆 침대 식구들은 한밤중에도 불을 잔뜩 켜놓고 목소리도 줄이지 않고 수다를 떨어내는 판이었고 여러 약들에 취해 낮에 계속 자는 바람에 잠도 안왔고 계속 누워있어 무슨 자세를 해도 허리가 아프고링거로 계속 넣어대는 약들 때문인지 간호사가 세심하지 않게 마구 넣어버린 탓인지 혈관도 팅팅 부어 아프고.....(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서러움 폭발계속 못 자서 휴게실에도 기웃거렸지만 거기 앉아 뭘 볼 상태는 아니어서 다시 침대로 돌아오며 조금 더 서러워졌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나 불편하고 안좋은 거 해결하려 한 수술인데도

 

그렇게 잠이 들듯 안들듯 비몽사몽 깼다 잤다 하고 있는데 어느새 새벽 2, 2015년이었다. 정말, 별 거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아직 서럽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새로운 해가 그다지 반가울 것도 없었고 그냥 숫자 하나가 바뀌는 것 뿐이구나. 그것도 눈 잠깐 떴다 감으니 끝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

 

그런데 문자 몇 통, 카톡 몇 개가 와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지난 일 년을 부대끼며 산, 혹은 버텨낸 사람들에게 보내는 안부인사는 나도 늘 해왔던 것이지만 상황때문이었을까 특별히 더 감동적으로 느껴져 매우 감상적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내 옆에서 하루 종일 예민한 환자의 수발을 들고 밤잠까지 설쳐가며 도와준 사람이 내가 잠시 자는 동안 보내놓은 문자를 보며 더더욱. 바로 답장은 못했고 새해가 되어서도 약 후유증으로 처언천히 연락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올해에는 왠지 더 고마운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연락을 했다

 

이런 건 우리 시대의 어떤 의식같은 것이 된 걸까? 예전에 지내던 차례가 가족들이 모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는 하나의 의식인 것처럼카톡 리스트와 전화번호부를 보며 한 해동안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고 이 사람과는 어떤 일이 있었지, 나는 어땠지, 지난 1년은 어땠지, 하고 돌이켜 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임에는 분명하다. 자주 연락하지 못해 이 기회에 연락한 사람들도 있었고 오랜만에 주고받는 인사는 꽤나 단조로운 멘트에도 불구하고 많이 반갑다. 차마 연락하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언젠간 새해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이럴 바엔 연락처에서 지워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ㅎㅎㅎㅎㅎ 

 

어제나 오늘이나 다르지 않아 유난떨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서로를 돌아보고 토닥토닥 응원해줄 수 있는 시기가 있단 걸,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응원을 해줄 기회가 있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좋다. 해와 해 사이에는 사실 0.000001초도 없지만 뭐 이런 것들이 있으니 됐다....고 다시 한 번 감상적이 되어본당

 

- 실은 가는 해가 아쉽지 않을 만큼 고되고 우울한 해였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새해에는 부디 인삿말들처럼 좋은 일만 있기를 더 행복하기를.

- 아마 다들 1월만 반짝 외치겠지만어찌 됐든 올해는 나의 해. 메에에~

- 그나저나 새해엔 ''을 써보자! 고 다짐했지만 새해 첫 글부터 의식의 흐름st라니...(절망)

 



'In the Box' 카테고리의 다른 글

circular  (0) 2015.03.06
에라이  (2) 2015.01.27
매혹  (0) 2014.10.13
낯섦  (2) 2014.10.07
8월의 블로노트  (0) 201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