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지옥에서 사는 일

2019. 3. 14. 17:18In the Box

2019년 대한민국에서 이십대 여성인 나로 사는 일은 미지근한 지옥에서 사는 것 같다.

지옥답게 매일매일 끔찍한 일은 일어나고 그런 일들은 언젠가는 조금 가까이서 언젠가는 조금 멀리서 벌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이것은 곧 나의 일이라는 것을 안다.

아주 촘촘하게 엮여있는 거미줄 안에서는 내가 발을 잘못 디디지 않더라도 얽히기가 너무나 쉽다.

 

얼마나 많은 여성혐오 범죄에 둘러싸여 사는지, 가끔은 자극에 무뎌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끼친다.

화가 나지만, 어제도 그제도 일주일 전에도 화를 내서 오늘은 온도가 조금 낮은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

현생에 치여 타임라인을 훅훅 넘길 때 개새끼들, 속으로 욕하고 마음에서 누를 때

 

그러니까 더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쓰고 또 말해야지

 

무뎌지지 말고 무너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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