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1. 02:48In the Box


2014년 겨울 DDP 로모lc-a


글, 곧 죽어도 쓰기 싫어 백지만 바라보다가 마감 전 날 밤을 새가며 울며불며 쓴 적도 있고, 쓰다가 쓰다가 모르겠다 싶어 그냥 냅다 폴더 깊숙한 곳에 글을 처박아 둔 적도 있다. 쓰라 그러면 싫고, 쓰다보면 마음에 안 들어 싫기도 하다. 그러다가 가끔은 글감으로 쓰려고 소재를 찾고 글을 구상하고 이런저런 메모를 해두고, 맛깔나게 읽히는 글을 보면 저렇게 잘 쓰고 싶다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쓰기 싫은 것도, 쓰고 싶은 것도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는 욕심 때문이겠지 


그런데 잘 못 써도 기깔나는 글이 아니어도 내뱉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은 밀어두고서라도 마구마구 내뱉고 싶은 날. 머리 속에 잔뜩 꼬인 채로 들어앉은 생각은 아무래도 글로 뱉어낼 때 가장 속이 시원해졌다. 고딩 때의 난, 이런 글을 생각의 배설이라고 불렀더랬다. 의식의 흐름 그 이상의 뱉어냄이었으니까.  


그런 글쓰기는 썩 좋은 것 같지 않아 지양하려고 했다. 논술을 쓰고 기사를 쓸 때는 정말 그랬지만 어떤 '글'들을 쓸 때에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그냥 짜증이 났다. 그러니까 나는 치열해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치열한 삶들과 치열한 날들 속에서 나는 각오를 한다. 부단히도 다잡았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보지만, 각오는 쉽게 만들어졌기에 쉽게 흔들린다. 

그래도 다시 얘기해본다. 치열해지지 않아야지.  

그래도 될까, 남이 아닌 내가 묻지만 대답은 종종 내가 아닌 남이 한다. 괜찮다고. 그래서겠지, 말은 너무 쉽게 흔들린다.  

그래도 될까, 괜찮을까. 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 묻는 것이 가끔 조금은 가증스럽다고 느낀다. 



이젠 생각 배설마저도 썩 쉽지가 않다. 영 개운치가 않은 글 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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