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ment/Europe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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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베네치아
여행이 그리운 때
2016.10.17 -
늑장 부리기
한 해가 간다. 올 해는 여행을 다녔다. 혼자 다녀온 여행 사진은 엮어 책으로 만들었고, 가족과 다녀온 여행 사진은 이제야 편집을 한다. 찬바람에 패딩을 여미고 손을 호호 불며 다니다가 여름 사진을 보는 기분은 묘하다. 사진도 가끔 묵혀두다 꺼내면 더 좋을 때가 있다.늑장 부린 것에 대한 뻔뻔한 합리화다. 여행을 다녀오고 바다의 마음으로 새로운 시기를 맞이해야겠다고 썼다. 바다의 마음으로 살았을까? 유영하며 둥둥 떠내려가는 것처럼 지내기는 했던 것 같다. 늑장부린 대가로 다시 9월의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를 되새겨보는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
2015.12.27 -
Sevilla, Spain (2015)
여덟번째 도시, 세비야. 로마를 거쳐오긴 했지만 로마에선 그저 비행기를 기다렸을뿐, 그리고 그 몇 시간도 더위에 지쳐 늘어져있었을 뿐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그 와중에 뽐삐는 먹었다) 세비야는 이름으로 먼저 알았던 곳이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sevilla를 세빌라가 아닌 세비야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뿌듯했던지. ㅋㅋㅋ 고작 몇 달 배운 스페인어지만 써먹을 생각에 두근두근했고, 세비야는 스페인의 첫 도시였다. 그러나 세비야는 내게 참 고난의 도시였다. 예뻤고 사람들도 친절했지만 정말 무지막지하게, 정신을 잃을 수도 있겠다 싶게 더웠고, 설상가상으로 날 외롭게, 우울하게 하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었다. 외롭고 우울했던 세비야의 나 사실 세비야는 우울, 외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도시이다...
2015.10.14 -
Assisi, Italia (2015)
일곱번째 도시, 아씨시. 아씨시라는 연남동의 파스타집을 아주 좋아한다. 토스카나식 파스타를 만드는 곳인데, 그래서 난 아씨시가 토스카나 지방인줄 알았다. 피렌체 아파트의 친절했던 직원이 (체크인 도와주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었던 알렉산드라가 아닌 다른 직원이었는데, 이름을 까먹었네) 우리 다음에 아씨시로 간다니까, 움브리아 지방 너무 좋아한다며 정말 좋겠다고 했다. 아씨시는 움브리아 지방이다. ㅎㅎㅎ 교황의 성인인 성 프란치스코의 유골이 있는 곳.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긴다는 도시. 중세를 그대로 간직한 도시. 나는 출발 전부터 할머니 선물은 여기서 사야겠다고 찜해두어서, 아주 많이 기다렸던 도시다. 그리고 정말로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하얀 묵주를 사다드렸다. 정말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 ..
2015.09.30 -
Firenze, Italia (2015)
여섯번째 도시, 피렌체. 내가 피렌체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오로지 두오모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에 나왔던 그 두오모. 의 두 주인공이 스치고 스치다가 결국은 만났던 그 도시, 피렌체. 영화 속에 나오는 골목 이곳 저곳도 예뻤지만 쥰세이가 피렌체를 내려다보던 그 주황색 돔, 그리고 쥰세이와 아오이가 만났던 그 광장을 잊을 수 없었다. 영화 음악과 분위기로 피렌체는 언젠가부터 내게 어마어마한 낭만의 도시가 되어있었다. 실제로 만난 피렌체는, 아주 많이 너무 많이.... 더웠다. 햇살은 뜨겁고 드문 바람조차 건조했던 피렌체. 낭만이고 뭐고, 나갔다간 죽겠다 싶어 한낮에는 젤라또 하나씩 물고 숙소에 들어왔다. 그늘도 지지 않는 골목보다 귀족 성 같던 고풍스러운 숙소 구경과 먹을 것 많던 마트..
201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