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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곤 투모로우>
오랜만에 뮤지컬. 역시 이지나, 역시 박영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극은 조금 애매하다. 전체적으로 극이 중심을 못 잡는다는 느낌도 받음. 김옥균의 개인적인 고뇌라든지 그 사상을 좀 더 보여줬으면 마지막 장면이 더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지금으로선 마지막 장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생전 김옥균은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 죽고나선 왜 저러죠? 왜 갑자기 신선같죠...? 포우 영원도 아니고, 지저스도 아니고.... 마지막 장면은 그냥 와장창, 절망 + 떼창으로 끝내는게 나아보임. 강필석은 김옥균 참 잘 어울렸음. 단아한 얼굴, 빛나는 눈동자라는 가사가 찰떡같이 배우묘사....ㅋㅋㅋㅋ 박영수는 잃어버린 얼굴에서도 유약하고 껍데기만 남은 고종을 찰떡같이 연기하더니, 여기선 반 미쳐가는 것까지 완벽..
2016.09.21 -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제목 길다. 원제는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무대와 연출이 참 신비로웠다. 크리스토퍼가 상상할 땐 나도 같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 배우들이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유영하듯 움직이는 것을 보는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주가 내려온 듯한 별빛, 별들이 일렁이듯 움직이던 이미지와 움직임. 작은 소품들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세상과 우주를 만들고 수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감탄스러웠다. 흔하지만 뻔하지는 않은, 길지만 지루하지 않은, 담담하지만 찡한, 답답하지만 이해가 가는 이야기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가 되는구나. 크리스토퍼의 말투, 몸짓, 태도, 눈빛이 내게 낯설지 않았고, 내가 보지 못했던 그 애들은 어땠을..
2015.12.03 -
연극. 복도에서, 美성년으로 간다
옴니버스 형식의 와 . 는 기승전결이랄 것이 없는 복도의 단상을 보여준다. 상담실 앞 복도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웃겼고 귀여웠고 안쓰러웠고 어딘지 낯익은 학생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긴 서사가 아니라 한 장면, 그 시절의 파편을 보여주는 연극이어서인지 보면서 내내 내가 겪었던 것들을 떠올렸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기다리는 불안함 속에서 다른 애들은 무슨 얘기를 했을지 궁금하다. 찌를듯한 예민함과 속을 알 수 없는 변덕스러움, 이기적인 말투, 여기가 어딘지조차 모르겠는 갑갑함.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가졌지만 그저 스쳐갈 뿐인 복도. 어디에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성격들, 표정들, 대사들. 반갑기도 생경하기도 했다. 분명 내가 느꼈던 그 감정들인데 지금은 우습기도 하고 왜 저래? ..
2015.10.17 -
<Once>, once more
윤도현과 전미도가 가이와 걸을 맡았던 원스 라이센스 버전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은 못 봤다. 그래도 아 끝났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큰 아쉬움 없이 넘어갔다. 아마 그땐 원스를 봤을 때 그 느낌을 잠시 까먹어서, 원스가 어떤 작품인지 잠깐 잊어서 그랬을 거다. 내한 원스를 보고오니 우리말로 듣는 원스를 못 본 것이 얼마나 아쉽던지. 그러다가 얼마 전, 원스가 내한했다길래 그리고 이번엔 상황이 짝짜쿵 잘 맞아서 보러 갔다. 영화는 내내 잔잔하고 그 여백이 미치도록 쓸쓸하고 좋았다면, 뮤지컬은 꽤 발랄했고 좀 더 직관적이었고, 꽉 차 있으면서도 쓸쓸하고 좋았다. 이야기와 감정이 넘버로 이어졌다. 안무가 분위기를 더했고, 장면 전환도 마치 안무처럼 넘버처럼 너무나 완벽했다. 이야기, 넘버, 대사, 안무, 장면 전..
2015.10.06 -
뮤지컬 <JCS>, Arena Live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아레나 라이브 실황. 연출이 정말 죽여주더라. 한국 라이센스도 나쁘지 않았지만, 보면서 '이게 JCS구나 와 진짜 한국에는 못 들어오겠다'...싶은 생각이 들었음ㅋㅋㅋㅋㅋ JCS 아레나의 배경은 지금 이곳. 반정부주의자와 반자본주의자들의 시위가 잇달아 일어나고 그들의 수장인 지저스라고 설정되어있지만 꼭 그들 히피들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았다. 성경 내용과 관계없이 지저스를 보며 떠오르는 인물이 두엇 있었고 그들을 따르는 제자들을 보며 떠오르는 단어들도 몇 가지 있었다. 지식인, 운동권, 대학생, 민중, 군중, 대중....... 부당한 것에 대항하고자 일어났지만 뜻을 가진 리더는 점차 완벽한 메시아가 되어야만 했고, 그렇지 못하게 된 순간 그를 따르던 이들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진다..
201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