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워홀(6)
-
초록색과 파란색과 나의 계절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달은 오월이다. 첫 번째 이유는 내 생일이 오월에 있어서. 어릴 때부터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만 들으면 괜히 내가 다 으쓱했다. 나는 이렇게 예쁜 달에 태어났지롱. 두 번째 이유는 날씨도 색깔도 어감도 예뻐서. 오월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고(우리 고양이 이름도 오월이 될뻔했었다) 변덕스러운 초봄을 지나 파랗고 초록색으로 진하게 물드는 오월의 색도 좋았다. 적당히 따땃하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한, 여름이라고 하기엔 봄 같고 봄이라 하기엔 조금 진해진 계절. 요즘 밴쿠버의 오월이 너무 반짝이고 예뻐서 자꾸 감상에 젖는다. 매일 오가는 출근길에서 매일 같은 장면을 찍고, 퇴근길엔 빙빙 돌아 조금 더 날씨를 만끽한다. 어느날은 아침에 너무 일어나기 싫어 트레인 ..
2020.05.20 -
밴쿠버에서 만난 겹벚꽃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밴쿠버에서 만난 친구와 영어로 수다 떨며 걷는 날. 오늘은 처음 가보는 루트로 걸었는데, 너무 내 취향의 풍경을 많이 만나서 즐거웠다. 그중 제일은 역시 갑자기 만난 겹벚나무들. 무슨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뒤를 돌자 갑자기 커다란 나무들이 눈에 꽉 차게 들어왔다. 타이밍도 좋게 만개한 겹벚나무들이 줄을 지어 꽃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너무 예쁘고, 꼭 우리 동네 겹벚꽃 포인트와 조금 닮아있어 꿈만 같았던 순간. 꽃터널 아래에서 한참이나 벗어나질 못했다 밴쿠버에 카메라를 못 가져온 게 아쉽지만, 고프로가 생각보다 사진도 괜찮네! 그동안 늘 실패했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나름 만족스럽다. 오래간만에 햇빛 아래에서 한참을 걷고 이제 꽤 편해진 친구와 말도 안 되는 영어로라도 신나게 떠드니..
2020.04.20 -
정이 들만하면 떠나기의 연속
생각해보니 이게 벌써 세 번째 이사다. 첫 숙소에서 한 달 임시 숙소로, 한 달 임시 숙소에서 오래 살 집이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집으로. 그리고 그 집에서 지금 이곳으로. 임시 숙소에서 지낼 땐, 한 달 후에 떠날 거라 생각하고 하우스메이트들과 그리 살갑게 지내진 않았는데도 떠날 때 괜히 아쉬웠다. 하우스메이트, 동네, 집과 내 방에도 정이 이제야 드는데 떠나는구나, 하며 아쉬워했다. 두 번째 집은 오래 콕 박혀있을 생각으로 들어간 집이었지만, 세 가족이 사는 집이라 친해질 일이 별로 없겠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혼자 타국에 나온 젊은이가 눈에 밟히시는지 할머니는 김치며 무말랭이 같은 반찬들을 자주 해서 주시곤 했다. 먹을 거에 무장해제된 건지, 할머니에게 약한 건지 (우리 할머니 보고 싶다) 어쨌든 갑..
2020.03.31 -
한 달 단탄 살이 끝, 이사 완료
3월 1일 자로 다운타운 한달살이가 끝이 났다. 잉글리시 베이도 너무 좋고 예쁜 카페도 맛집들도 다 모여있는 다운타운. 슬슬 날도 봄 같아지고 여기저기 벚꽃도 예쁘게 피니 조금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렌트비가 너무 비싸 어쩔 수 없다. 🤷♀️ (사실 돈 많으면 단탄 살고 싶어^^,,,) 얼른 장기 방으로 이사해서 방도 꾸미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도 사고 싶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천천히, 그래도 나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떠날 땐 못한 것 아쉬운 것들만 떠오르기 마련인지.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다른 카페를 가보고 하이킹도 하고 바닷가도 걷고, 새로운 밋업에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이렇게도 일상이 평화로울 수가 없다. 백수는 어디서든 행복한 ..
2020.03.06 -
느리지만 순식간에
느리지만 순식간에 흘러가는 하루하루들. 벌써 밴쿠버에 온 지 22일이 지났네 오후에 방에 들어온 햇빛 모양이 예뻐서 웃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아직은 평화롭다. 물론, 슬슬 돈이 떨어져 가고 있고 슬슬 일을 구해야 해서 조금씩 맘이 무거워지지만, 시동 거는 게 여전히도 당연히도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첫 발을 떼고 생각은 그다음에 하자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에 다녀온 보드게임 밋업도 그런 마음으로 다녀왔다. 언어 교환 밋업도 아니고 보드게임 밋업이라니, 대화도 자유롭지 않은데 게임을 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지만 일단 신청을 했다. 신청을 했으니 일단 시간을 맞춰 나갔고, 나갔으니 모임 장소인 펍에 들어갔다. 그런데 조금 일찍 온 탓인지 모임 장소라는 펍 2층에는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은 ..
202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