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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제주 (2015)
노랑은 봄의 색깔 같았지만겨울의 끝자락의 색이기도 제주의 노랑, 노란 제주! 카페 봄날, 과 잘 어울리는 색은 파랑과 노랑 안도 타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 이번 여행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물의 교회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는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이라고. 섭지코지의 배꼽에 있는 이 곳은 공간과 자연에 대해, 그리고 영상과 명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돌과 시멘트가 만들어 낸 건축물, 그 건축물이 만드는 프레임 사이로 성산일출봉이 그림처럼 담겼다. 보는 이의 눈높이와 다가가는 정도, 매일매일의 날씨에 따라 매순간 달라질 그림이다. 이 그림은 지니어스 로사이의 지하에서, 영상으로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자연의 빛과 기계의 영사빛, 지상과 지하, 야외..
2015.03.04 -
파랑, 제주 (2015)
겨울과 봄 사이, 봄에 가까운 제주는 알록달록 봄의 색깔로 물들어간다. 하지만 그래도 제주는 역시 파랑, 머리카락을 하나 하나 셀 듯이 안으로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마저 새파랗다. 뜨끈한 볕을 안아 시원따뜻한 바람 아래 파랗고 푸른 제주, 온통 파랑 오고 가는 배, 오르 내리는 해녀 어제의 하늘, 오늘의 지니어스 로사이 ⓒ 2015. 민하(lllil)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2015.02.28 -
그런 때
한 학기의 4분의 3이 지나갈 무렵, 일주일에 적으면 두 번, 많으면 네 번까지, 코 앞의 정류장을 두고 한참 멀리 정류장까지 숨차게 내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만나고 있지만 어쩐지 친밀해질 수 없었던 모임에서 친밀함을 거부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단호함과 솔직함과 닮아 있었는데도 그 사람의 단호함은 날 선 낯섦이었다. 늘상 익숙했던 것들에 대해 화가 났다. 두려웠고 힘들었고 이내 아주 많이 화가 났다. 아주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에 대해서 아주 오래 묵힌 감정이 터져나왔지만 아주 오랜 두려움에 맞서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 반가워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학교 언덕을 내려오다가 아주 큰 트리를 발견했다. 차가워진 하늘에 휑뎅그렁하게 뜬 속이 빈 별. 손이 건조해지고 패딩 내..
2014.11.26 -
금요일같은 화요일엔 청귤이 필요하다
금요일같은 화요일이다 내일은 주말이어야 하는데, 주말이어야만 하는데 내일은 수요일, 이제 겨우 일주일의 고지가 보인다.시간표가 주말을 향해 발산하는 통에 월요일부터 점점 힘들어지는데 어째서인지 요즘은 목요일이나 금요일보다 수요일이 더 힘겹다. 산 꼭대기를 꼴깍 넘어가기 직전같다. 쉴 새 없이 오르막을 오르느라 몸은 몸대로 지치고 내려갈람 한참은 남았다는 생각에 정신적 피로감도 최고조에 오르는 절대 지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순간. 으으. 타이밍 좋게도 지쳐가는 화요일 밤, 엄마가 며칠 전에 주문한 청귤이 도착했다. 레몬보다 비타민은 훨씬 많고(사실!) 레몬보다 탄소발자국이 적단다(요것은 확실치 않음). 알고보니 요즘 많이들 청귤청을 담아 먹는다고. 대세는 레몬청과 자몽청을 지나 청귤청인가. 명성답게 요녀석..
2014.09.23 -
어느새 9월
허덕대는 사이에 개강을 했고 정신없이 첫 주를 보내고 다시 추석 연휴를 맞았다. 어느새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9월. 어느새 두 번째 주가 지나가고 연휴는 끝나고 있다. 앞으로 남은 날이 아득하다. 즐겁기도 우울하기도 힘차기도 외롭기도 하다. 이제 꽤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학교를 다녔다. 새내기때 선배가 데려가던 밥집와 카페, 술집과 학교의 여러 공간들, 나는 새내기때 넓혔던 딱 고만큼 내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 맴돌았다. 익숙해지면서도 늘 낯설었고 가끔 찾아가면 반가움이 불쑥 앞서다가도 군데군데 꽤 아픈 기억들이 새겨져 있어 끙, 하고 시선을 돌리게 되는 곳들이었다. 한 학기를 쉬고 한 학기는 혼자 다니고 또 한 학기는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오랜만에 학교에 동기들이 많이 보였다. ..
201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