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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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동네잡기 결산
2015년 올해의 동네잡기 결산 주로 봄과 여름에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산책을 다니며 사진을 찍곤 했다. 매일매일 무심하게 지나쳐 다니다가 사진을 찍으러 가면 새삼 놀란다. 여기도 꽤 많이 변했네, 시간이 꽤 많이 흘렀네. 그리고 또 가끔은, 여긴 하나도 안 변했네. 12년 반은 저쪽에서, 또 12년쯤은 이쪽에서 매일매일 어떻게든 스쳐가는 동네. 내가 좋아하는 동네. 오래된 나무와 건물들이 꽤 멋진 동네. 매일매일 시간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 동네. 가끔은 시간에 눌려 무너질 것 같은 동네. 많은 것들이 여전하지만 또 많은 것들이 사라진 동네. 그리고 12년 전부터 추진되던 재개발이 어쩌면 올해부터는 급물살을 타게 될 지도 몰라서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바뀌어갈 동네. 그래서 일단 잡아 두기로 한..
2015.12.31 -
늑장 부리기
한 해가 간다. 올 해는 여행을 다녔다. 혼자 다녀온 여행 사진은 엮어 책으로 만들었고, 가족과 다녀온 여행 사진은 이제야 편집을 한다. 찬바람에 패딩을 여미고 손을 호호 불며 다니다가 여름 사진을 보는 기분은 묘하다. 사진도 가끔 묵혀두다 꺼내면 더 좋을 때가 있다.늑장 부린 것에 대한 뻔뻔한 합리화다. 여행을 다녀오고 바다의 마음으로 새로운 시기를 맞이해야겠다고 썼다. 바다의 마음으로 살았을까? 유영하며 둥둥 떠내려가는 것처럼 지내기는 했던 것 같다. 늑장부린 대가로 다시 9월의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를 되새겨보는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
2015.12.27 -
동화처럼, 박수기정 (2015)
오랜만에 제주도 사진을 뒤적이다 안 올린 사진 발견. 지난 제주도 여행 계획은 여행 컨설팅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가 짜주었다. 느긋하게 바다나 보고 맛있는 거 먹고 여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게으른 내 취향에 맞추면서도 내가 준비했다면 가지 못했을 장소까지 넣어 예쁜 계획을 만들어 줬다. 사진의 박수기정도 친구가 일몰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며 강력 추천해줘 가게 된 곳. 일몰을 보러 절벽이 잘 보이는 바닷가로 가려는데, 동화같은 실루엣을 발견. 이미 그 유명한 박수기정의 아름다움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2015. 민하(mano)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2015.10.07 -
Prague, Czech (2015)
두 번째 도시, 프라하. 무겁게 들고 온 카메라를 열심히 들고 다녔다. 날이 추웠고 밝았고 평화로웠다. 이대로라면 좋을 것 같았다. 프라하에는 새벽에 떨어졌다. 부다페스트처럼 어둡지만 그보다는 생기있고 밝게 느껴졌던 건 간밤에 푹 자며 불안을 묻어두었기 때문이겠지. 어스름 속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코루나를 뽑고 지하철과 처음 타보는 트램을 타고 호스텔을 찾아갔다. 악명 높은 돌바닥은 각오보다는 평이했다. 실은 프라하보다 체스키 크룸로프(이름이 영 안붙는다. 영 내게 안 붙는 도시)가 돌바닥 끝판왕. 짐을 맡기고 나서도 새벽. 조용했다. 푹 잤지만 덜컹거리며 잔 탓에 짐을 맡기며 긴장이 풀어짐과 동시에 피곤해졌고, 프라하는 너무너무 추웠다. 부다페스트에서도 버텼건만, 프라하에서 결국 가죽자켓을 사고..
2015.07.30 -
Budapest, Hungary (2015)
한 달간의 유럽여행. 단어 하나하나마다 설렜던, 한달, 유럽, 여행. 아주 단순하게 비행기표를 질렀고 여행을 떠났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고민들도 많았다. 이럴 땐가? 이럴 때지. 괜찮을까? 별 수 없지. 여행이란게, 막상 떠나고 보면 그곳에서도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일인지라 풀어야할 고민들을 모두 펼쳐놓지는 못했지만. 내가 살던 맥락 속에서 나를 뚝 떼고 살아가는 일만으로도 객관적으로 날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뭔가 괜찮을 걸 채워오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어쨌든, 난 지금 다시 현실이니까 조각들을 모아보는 것이다. 첫 여행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였지만 어이없는 나의 실수로 하루를 날려먹고 거의 경유지처럼 지나가버렸다. 비오고 춥고 음울했던 부다페스트는 꽤 멋이 있었지만, 힘들었다. 지친 내게 음울한 부다페..
201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