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Vancouve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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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색을 찾아서
안 덥고 안 습한 환상적인 날씨가 계속되고 코로나 확진 케이스는 날이 갈수록 줄었던 밴쿠버의 여름. 하지만 여전히 주 간 여행은 금지되어 있었다.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꿈꿨던 록키산맥과 밴프 여행은 내가 있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알버타 주로 이동해야 했기에 가기가 어렵게 됐다. 캐나다까지 와서 록키를 못 가다니 마음이 쓰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BC주 내에서 놀아보자고, 하우스메이트들과 렌트를 해서 놀러 갈 계획을 세웠다. 다들 캐나다스러운 곳, 대자연에 목말라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많아(BC의 밴프라는 조프리 레이크도 내가 있던 기간 내내 문을 열지 않았다.) 선택지가 그렇게 많진 않았다. 고심하다 가리발디 산에 가기로 했다. 물론 가리발디 산 역시 코로나 때문에 등반객의 수를 ..
2021.02.15 -
친구들의 집
밴쿠버를 떠났고 다시 한국이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이곳저곳 지원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밴쿠버에서도 이력서를 쓰고 여기저기 뿌리며 기다리는 일상을 지냈던 때가 있었지만 마음과 현실의 무게가 같을 순 없겠지. 코로나는 점점 더 심해지고 구직 시장도 얼어붙어 쌩백수의 마음은 쓰라리다. 불안해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내가 이 불안함을 온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것 모두 너무나 잘 알기에, 불안해하며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간과 불안함을 까먹고 즐거운 일을 하는 시간을 나눠보기로 한다. 어떡하지, 해야할 일 사이의 딴 짓이 너무 즐거워. 얼마 전에는 밴쿠버에서 찍었던 필름 사진을 현상했다. 사람보다는 사람 없는 풍경을 더 좋아하고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서 ..
2020.11.20 -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취미, 러닝
친구들과도 잘 만나지 못하게 되고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테이크아웃만 되고 갈 수 있는 곳은 공원 정도밖에 없었을 때, 러닝을 시작했다. 맨몸으로 당장 시작할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는 야외 활동은 러닝뿐이었다. 사실 나는 움직이는 걸 꽤 귀찮아하고 오래 걷는 것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고 수영 말고 다른 운동은 영 젬병인 둔한 인간이다. 특히나 무릎이나 발목이 약해서 달리기는 정말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을 땐 어쩔 수 없지. 방 안에만 있기엔 너무 심심했고 이러다간 정말 많이 우울해할 것 같고, 마냥 걷기만 하는 것도 슬슬 좀 지루했으니까. 상황에 등 떠밀려 어쩌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러닝을 처음 시작한 건 4월 말, 한국에서 먼저 코로나 집콕을 경험한 친구의 추..
2020.09.13 -
코로나 시대의 밴쿠버살이
6월의 반은 별 생각 없이 눈만 꿈뻑하는 새에 지나가 버렸다.그 사이 나는 S네 집에서 만취해서 꽐라가 되었다(고 한다.)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꽃새우를 기어이 사서 J가 한국 가기 전에 같이 먹고 저스트 댄스를 열심히 추었다. J가 한국에 간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네. 사실 J가 간 주말은 사흘 내내 집에만 박혀있었다.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취해서 헤롱헤롱 댔던 것 같다. 이러지 말자 싶다가도 그냥 그래 의지하던 친구가 갔으니까, 밴쿠버에서의 첫 이별이니까 하면서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가끔은 마음에 안 드는 내가 나타나도 그냥 그런 대로 두는 편이 좋은 것 같다.날씨가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하는데 대개 주말에 비가 오고 추워서 좀 불만스럽다. 나는 밴쿠버 겨울에는 못 ..
2020.06.20 -
초록색과 파란색과 나의 계절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달은 오월이다. 첫 번째 이유는 내 생일이 오월에 있어서. 어릴 때부터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만 들으면 괜히 내가 다 으쓱했다. 나는 이렇게 예쁜 달에 태어났지롱. 두 번째 이유는 날씨도 색깔도 어감도 예뻐서. 오월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고(우리 고양이 이름도 오월이 될뻔했었다) 변덕스러운 초봄을 지나 파랗고 초록색으로 진하게 물드는 오월의 색도 좋았다. 적당히 따땃하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한, 여름이라고 하기엔 봄 같고 봄이라 하기엔 조금 진해진 계절. 요즘 밴쿠버의 오월이 너무 반짝이고 예뻐서 자꾸 감상에 젖는다. 매일 오가는 출근길에서 매일 같은 장면을 찍고, 퇴근길엔 빙빙 돌아 조금 더 날씨를 만끽한다. 어느날은 아침에 너무 일어나기 싫어 트레인 ..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