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넣고 살면 살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면 될 것이다. 그랜드 피아노가 거..
2020.11.06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를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 181p 만약 그때 엄마가 선택해야 했던 장소가 집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든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면. 표지 안쪽, 아니면 페이지의 가장 뒤쪽 작은 글씨, 그도 아니면 파일의 만든 사람 서명으로만 남는 작은 존재감으로라도.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
2020.01.12 -
유럽낙태여행, 봄알람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제일 가장자리에 서야 해요. 중간에서는 변화를 만들 수 없어요" - 레베카 곰퍼츠, 80p (위민온웨이브와 위민온앱의 창립자) 레베카는 의학대학과 예술대학을 나왔다. 그리고 두 분야를 창의적으로 조화하여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네덜란드인이기 때문이에요." 의대와 예술학교가 전부 무료였기 때문에 학비 걱정 없이 두 학교를 다 다녔고 지금의 그가 있다. - 83p 낙태를 할 때에는 무대에 여자만이 존재한다. 그 상황을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여성이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 그는 돌연 아빠의 아이가 된다. 어쩌면 이게 여성의 낙태를 그토록 다 함께 손가락질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아이는 국가와 남성의 재산인데 그것에 대한 선택을 여성이..
2019.12.25 -
1인칭으로 살기
< 트위터에서 봤던 말 중 가장 강렬한 자극이 됐던 말은 "지금껏 대상화된 존재로 살던 습관을 버리고 세상을 1인칭 시점으로 살아라"는 문장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평가받고 대상화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바라보던 여자들이 2등시민 필터를 벗어버리고 1인칭 시점으로 세상을 살기 시작한다면 그야말로 모든게 바뀔 것 나는 그전까지 그렇게 스스로를 보여지는 존재로 생각하거나 남의 평가에 전전긍긍 하는 편이 전혀 아니었는데도 매순간 1인칭 시점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순간 머릿속의 잡음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잡음이 사라지니까 에너지가 쓸데없이 분산될 일이 크게 줄어들었고, 내 에너지만으로 내 인생을 끌어가려면 이렇게 통합된 에너지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됐다. 쓸데없는 잡음에 ..
2019.11.04 -
어려움을 처리할 근육
2019.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