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02 과거 현재 미래

2019. 9. 2. 20:27In the Box

 

1.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땐 늘 답답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화를 내고,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그리고 지금은, 어느샌가부터는 과거를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이 버겁지 않을 땐, 늘 과거를 생각한다. 그때 걔는 잘 지내나, 그때는 그랬었는데 참 좋았지, 그때는 그러지 말걸. 그때는. 그때는. 

 

실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게 두렵고 귀찮아서 그렇다.

중학생 때는 미래의 일을 고민하기엔, 현실의 하루하루에만 집중하기에도 집중력을 모두 썼던 것 같고

고등학생 때는 상상할 수 있는 미래가 하나 뿐이었다.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붙는 것. 오늘과 수능

지금은, 지금을 생각하기 싫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불안감과 그럼에도 하지 않는 모습에 자괴감을 느낄 것 같아서.

충분히 쉬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답답하고 불안하고 게을러진다.

 

내일의 갈래도 너무나 많아져 버렸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수반되는 사전 작업들에 힘을 쏟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래서 선택이라는 것 자체도 조금 두려워지고.

 

그러다보니 오늘과 내일이 아닌 어제의 이야기만 찾게 된다.

물론 다시 바빠지면, 지금의 하루를 살아내기에도 또 벅차겠지.

언제쯤 밸런스를 맞춘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나를 중심에 두는 일이 가장 어렵고

또 나만을 중심에 두지 않는 일이 가장 어렵다.

 

부지런해져야 하는데, 뭐라도 해야하는데

쉴 때 푹 쉬어야 하는데, 조급하게 굴지 않아야 하는데

 

나는 항상 내가 바라는 모습의 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괴롭다가도

누가 뭐라고 하든 간에 신경도 쓰지 않다가도

 

조금 단순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나는 그렇게 살긴 글렀다... 싶고. 

운도 성격도 이래저래.

 

 

2.

일을 할 때의 우울감과 일을 하지 않을 때의 우울감은 성격이 다르다.

일할 때의 감정도 조금 적어둘 걸 그랬다. 

 

쉬면서 느낀 건, 난 정말 뭐라도 해야 하는 성격인 것 같긴한데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문제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왜 쉬면서도 괴롭고 신경이 쓰이지. 일을 해야 한다는 느낌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감각과는 다른 것 같다.

 

 

3. 

옛날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연락이 끊긴 사람들, 생각보다 많고 생각보다 다시 만나기가 꽤 어렵다 싶다.

 

얼굴과 이름을 헤아려보다가

이미 너무 많은 길을 갈라져 걸어서 내 생각만큼 좋지 않을 수도 있어

신포도처럼 결론을 또 내리곤 하지

 

 

4. 

웹툰을 보고 게임을 하면서 하루를 또 낭비하는 중

재밌지만 인스턴트의 쾌락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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