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리시간

2022. 4. 16. 21:51In the Box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켰다. 마음이 허할 때 글을 찾게 된다. 뭔가를 채우고 싶으면서도 비우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 때.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에 들이부어도 안 채워지거나 혹은 들이부을 자리가 없는데도 허전할 때. 이런 마음은 대체 왜 드는 걸까,항상 괴로워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최근에는 항상 계속 강도 100으로 힘들어하느라 이렇게 곱씹을 여유조차 없었는데 어찌 보면 원래 보통의 나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글로 마음정리를 해보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한다. 안 그래도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인데 또 너무 오랜만이라 한동안은 에너지가 잘 채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또 금세 적응했고, 새로운 일상에서 에너지를 적립하는 방식을 익혀나갔다. 매일 만나 교류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일상의 루틴이 생겼고, 정기적인 수입이 생겼다. 발에 땅이 닿지 않는다는 것에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던 시기를 지나고 나니 이런 안정적인 것들이 나를 안도하게 한다.

크게 한숨을 돌리니 재미있는 것들도 눈에 들어와 한동안은 또 즐겁게 바쁘게 지냈다. 맞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게 많았지, 새삼 느끼면서 주변 돌아보지 않고 몰두했던 지난 1년이 꽤 대견하기도 하고 좀 서글프기도 하다. 뭐라고 참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나. 매번 열심히 살고 있지만서도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에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그래도 이런 생각과 대충 살자고 툭툭 터는 행위를 예전보다 자주 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긍정적인 쪽이지. 자주 부담을 털고 스스로 다독이고 힘을 빼는, 따지자면 셀프케어 의식 같은 거니까. 예전보다 마음을 더 들여다보고 더 신경 쓰고 있고 나에게 잘하는 방법을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마음이 이렇게 이상할 때는 어찌할 줄 모르게 된다. 채우고 싶은데 비우고 싶고, 뭔가를 들이부어야 할 것 같은데 마음에 들일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그럴 수가 없다. 나에게 외로움은 이런 마음이다.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마음을 견디기 어려운 시기는 항상 있었다. 안정적인 연애를 할 때에도 그랬으니, 연애의 끝으로 찾아온 부작용은 아닌 것이다.

그럼 나는 왜 이렇게도 이 외로움에 동요하고 괴로워했나? 아마도 한동안 아주 격동하는 감정들 속에서 떠내려가듯 시간을 보내서 오래간만에 찾아온 일상적인마음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다. 미친듯이 내려갔다가 조금 올라오고 또 떠내려가고 겨우겨우 숨만 몰아쉬며 흘러왔으니 평온하고 즐겁고 조금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마음이 낯설고 불안하다. 당연하게도 이 안정감이 너무 소중하고 좋지만 이게 과연 정상이 맞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나의 불안함은 이건 찰나의 하이고 다시 툭 떨어져 버릴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온 거겠지.

불안한 안정감이 기묘하게 이어져가며 조금씩 나의 보통상태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 갑자기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받으니 이번에는 불안을 넘어 약한 공포감까지 느꼈다. 또 그때처럼 저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실제 내가 느낀 불안보다 더 크게 동요하고 어쩔 줄 몰라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외로움은 아주 예전부터 나를 종종 찾아오던 것이었는데도.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그래 요놈자식아 오랜만이다.

 

쓰다보니 또 생각이 난 것은, 나는 이전에도 이 외로움에 많이 괴로워했고 어쩔 줄 몰라했다.그때는 연애를 했기에 내가 안정적인 사회인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혹은 다른 인간관계에서 오는 나의 욕심과 현실의 갭 때문일까도 고민해봤고. 또 나의 타고난 성질이 우울해서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뭐, 다 맞다. 그때와 지금, 다른 이유로 불안정하(했)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고 유리멘탈로 태어난 것을 어쩌겠어...

 

다만 이제는 혼자로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사이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을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주기로 바라보게 되고 누군가의 무엇인 나보다는 그저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기로 하고 여러 모습의 나를 인정하는 것. 지금은 그것이 나의 최선이다. 나는 아마 단단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텅 빈 마음에 속상해하고 눈물도 흘리고 가끔은 부서져 뾰족해지고 그러겠지만 텅 빈 마음을 바라보며 한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조금 더 빨리 돌아올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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