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올 여름에 얼결에 이름을 하나 얻었다. 피렌체에서 그림을 한 점 사고, 내 이름을 적어달라고 했는데, 화가 아저씨가 스펠링을 잘 못 알아들어서 내 이름 비슷한 외국 이름을 써주었다. 이미 쓰인 글자에서 어떻게든 수정을 해보려고 하다가 (결국 적힌 이름은 내 이름도 그가 지어준 밀레나도 아닌 둘이 섞인 글자가 되었다) 쿨하게, 내가 이탈리아 이름 지어준 거라고, 너한테 잘 어울린다던 그. 근데 또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나. 피렌체와 그림과 그 아저씨의 기억이 담긴 이름. 와 예쁜 이름! 하면서 신난 것과는 별개로 이 이름을 내가 쓸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 지나온 닉네임의 역사를 구구절절 읊다가 지워버렸다. 변덕인지 만족을 못하는 건지, 어쩌면 둘 다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는..
201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