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동네잡기 결산

2015. 12. 31. 15:09The Moment/동네잡기



2015년 올해의 동네잡기 결산


주로 봄과 여름에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산책을 다니며 사진을 찍곤 했다. 매일매일 무심하게 지나쳐 다니다가 사진을 찍으러 가면 새삼 놀란다. 여기도 꽤 많이 변했네, 시간이 꽤 많이 흘렀네. 그리고 또 가끔은, 여긴 하나도 안 변했네. 

 

12년 반은 저쪽에서, 또 12년쯤은 이쪽에서 매일매일 어떻게든 스쳐가는 동네. 내가 좋아하는 동네. 오래된 나무와 건물들이 꽤 멋진 동네. 매일매일 시간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 동네. 가끔은 시간에 눌려 무너질 것 같은 동네. 많은 것들이 여전하지만 또 많은 것들이 사라진 동네. 그리고 12년 전부터 추진되던 재개발이 어쩌면 올해부터는 급물살을 타게 될 지도 몰라서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바뀌어갈 동네. 

 

그래서 일단 잡아 두기로 한다.

올해의 두번째 카테고리 신설: 신변잡기적 동네 잡아두기 - 분기별 나들이와 취미의 프로젝트화 


2015년 1월 24일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일년간 꼬박 찍었던 사진을 모두 올리지는 못하지만 유독 시선이 끌렸던, 그래서 계절에 걸쳐 찍었던 사진들을 모아 나름대로 프로젝트 결산 포스트를 올린다.













주황색 지붕과 나무, 길, 종종 지나가는 사람들의 조합이 좋았던 장소. 

나무가 많아 계절이 잘 보이는 곳이라 더 좋았다. 

오른쪽엔 버스정류장과 큰 길이 왼쪽엔 집들이 빼곡하지만 공원, 때론 숲속같은 느낌을 주던 곳. 나무 옆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들이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졌던 곳. 

그렇지만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니 내년에는 사람들의 모습도 같이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













혼자 파랗게 서있는게 마음이 가서 일 년 간 지켜보았던 의류수거함. 찍은 각도도 제각각, 보정법도 제각각이지만 일 년 내내 가만히, 파아랗게 :)















그리고 내가 동네잡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 그 나무의 일년.

봄에 가장 찬란하지만 여름엔 우거진 초록에 녹아들고 가을에도 여전히 풋풋하다. 겨울엔 앙상하지만 꼿꼿하고 눈이 내리면 더없이 포근하다.

일년 열두달 모습을 담으려는 것이 처음의 목표였지만 사계절을 겨우 담았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일년 내내 참 예뻤던, 고마웠던 나무.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







일년동안 사진을 찍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가할 땐 게을러서 나가지 않았고 바쁠땐 바빠서 나가지 못했다. 여름엔 한달 반 가량 여행을 다녀왔고 딱 그만큼 여독을 푼답시고 쉬고 놀았다. 

그래도 취미의 프로젝트화 이후 이전보다는 자주 나갔고 이전보다는 더 신경써서 이곳저곳을 찍었다. 한 장소를 시간을 두고 여러번 담는다는 것이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었다. 


삐뚤빼뚤, 듬성듬성, 어설픈 일년의 결과지만 그런대로 참 마음에 든다. 올 한 해, 우리 동네도 수고했다. 내년에도 예쁘게 만나기를 바라며 2015년을 마무리한다. 


안녕 나의 해, 올해의 내 동네.




ⓒ 2015. 민하(mano)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The Moment > 동네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의 동네잡기  (4) 2015.10.09
4월의 동네잡기는 벚꽃잡기 (2015)  (0) 2015.05.27
산수유 (2015)  (0) 2015.04.02
봄의 우울  (2) 2015.03.19
2월의 동네잡기  (2) 201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