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女僧) / 백석
2014. 8. 16. 10:53ㆍLike
여승(女僧) /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냄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늬 산(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 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_백석《사슴》(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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