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 ①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빛의 방

2015. 1. 15. 13:09Like/Study

영화에 대하여를 대하기 앞서 영화 수업을 들었고 마음에 들어서 패기롭게 두 수업을 아울러 정리를 해보겠다고 글을 쓰고는 있다만 나는 영화에 대해 잘 모른다. 다시 읽고 공부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보다 배웠던 것들을 즐겁게 기억하기 위해 쓴다

 

출처는 그때그때 글에 밝힐 예정이지만 전체적으로 연.세대학교 서.현석 교수님의 영상제.작이론과 이윤.영 교수님의 영화예.술의 이해의 수업을 바탕으로 한다. 수업 필기를 바탕으로 정리한 글이 될 것이니 전부 다 교수님들의 저작이고 나는 그저 공부하는 학생의 마음으로내 맴대로 정리를 후드리챱챱 할 뿐(!)  

 

그리고 각주 기능이 꽤 재미있어 보여서 각주를 활용해서 여러 잡담을 달아놓을 생각이다. 각주까지 쓰니 논문 쓰는 기분이로구나!





#1. 시작 


영화의 시작점에서 시작해볼까? 영화의 시작, 기원을 미이라에서 보는 앙드레 바쟁의 견해도 있지만[각주:1] 나는 카메라 옵스큐라로부터 글을 시작하려 한다. 사유적 기원에는 보다 오래 된 것들이 많고 학자들마다 그에 대한 입장이 다르겠지만 그것을 모두 섭렵해서 내가 보는 영화의 기원을 쓸 것은 아니니, 기술적인 기원으로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에는 카메라의 시초인 카메라 옵스큐라가 있었다.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라틴어로 까만 방, 어두운 방(dark room)이라는 뜻이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그 원리를 기록해 놓았을만큼 아주 오래된 장치다.(발명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발견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원리는 위 사진과 같다. 네모난 상자에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으로 빛이 들어와서 반대편 안쪽에 밖에 있는 대상의 거꾸로 된 상으로 맺힌다. (좌) 실제로 교수님이 가져오신 작은 카메라 옵스큐라 장치로 모습을 비춰보기도 했다. 거꾸로 보이는 게 앞에 서 있던 학생이다! 


기술적인 기원이라고 했지만 실은 동시에 아주 철학적이기도 하다. 방, 건축은 카메라의 기원이자 이미지의 기원이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에서는 우리가 눈을 감고 가장 친밀할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가면 하나의 집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각주:2] 그리고 그것이 철학의 시작이라고. 우리의 모든 사유는 집으로부터 시작한다. 출입문은 서론, 출구는 결론, 기둥과 서까래는 사유의 줄기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의 기원인 방에서 카메라가 탄생했다. 그 카메라 옵스큐라의 발명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 곳에 있는 것, 즉 '현존presence'과 한 번 걸러진 '재현representation'에 대한 논의부터[각주:3] 기록의 의무가 회화에서 사진으로 넘겨지며 회화에서 일어난 새로운 표현들, 본다는 것에 대한 인식 등. 


나는 영화가 아주 전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원인 카메라 옵스큐라부터가 세상과 관념을 뒤집으며(문자 그대로 상은 '뒤집혔음') 나타났으니 말 다했다. 물론 카메라 옵스큐라의 영향력 크기 정도에는 이견이 분분하다.



#1-1. 방 안의 방 Abelardo Morell


잠깐 카메라 옵스큐라의 번외를 소개하려고 한다. Abelardo Morell은 방을 카메라로 만들고 그 것을 또 방(카메라)으로 찍는 작가다. 그야말로 in the box in the box 


출처: http://www.abelardomorell.net/



이 작가는 (여행이든 출장이든) 어떤 장소에 가게 되면 자신이 묶는 방을 카메라 옵스큐라로 만든다. (모든 빛을 다 가리고 한 줄기 빛만이 들어올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만드는 식이겠지만 엄청난 노하우가 있겠지!?) 카메라 옵스큐라는 말했듯이 방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므로. 


방으로 방을 만들어 또 다른 방으로 그 방에 맺힌 상을 찍는 것. 아 정말 너무 멋진 작업이다 ㅠㅠ 한 장소의 내부와 외부의 모습을 한 컷에 담는다는 것도 기가 막힌다. 사진 한장으로 어떤 곳의 거리의 모습과 실내 양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출처: http://www.abelardomorell.net/


출처: http://www.abelardomorell.net/



출처: http://www.abelardomorell.net/




ㅇ아ㅏㅇ아아아 진짜 너무 멋진 작가와 너무 멋진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도 굉장히 좋고 (내) 취향직격!

궁금하다면 구글에 Abelardo Morell을 검색해보길. 홈페이지는 http://www.abelardomorell.net/  다음에 단독으로 소개하고픈 작가




#2. 방에서 영화까지


#2-1. 사진


방에서 시작한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우리가 보는 영화까지의 기록, 영화의 역사.


17C  Kircher, Athanasius <빛과 그림자의 위대한 예술> 카메라 옵스큐라 그림 출판. 영상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책

'매직 랜턴' - 영사기와 비슷한 그림자놀이[각주:4]


 Kepler, Johannes '카메라 옵스큐라' 라는 단어 처음 사용. 천문학자로서 별자리를 관찰하기 위한 도구로 카메라 옵스큐라 사용


 Johannes Vermeer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각주:5]. 카메라 옵스큐라를 가장 널리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822 Joseph Nicéphore Niépce 최초의 사진 촬영. 이를 헬리오그라피(태양이 그린 그림)라고 한다


1830 빛에 더이상 반응하지 않게 고정해주는 약품 fixer 발견 - 이전의 니엡스는 빛에 반응하지 않은 아스팔트 입자(어두운 부분)가 더 이상 빛에 반응해 완전히 하얗게 변해버리지 않도록 하나하나 골라내서 사진의 모습을 유지했다.


1838 사진의 발명 Louis Daguerre 미국에서 공연 연구하던 다게레, 니엡스와 공동연구하기로 1829년에 협정 후 (1833년에 니엡스 사망) 1838년에 최초의 사진 다게레오타입 발표. 과학자들에게 알리고 특허 받음. 사진이 1838년에 발견되었다고 보는 근거.[각주:6] 



cf. 다양한 사진들

- 엄마와 아이의 초상. 노출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 중에 아이가 움직여버렸는지 아이의 얼굴은 잔상으로 뭉개져있다. - 뭉크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불안과 좌절, 죽음이라는 그의 이후 작품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 사진이 발명되고 회화에 이미 있던 장르(정물, 풍경, 인물)를 사진으로 옮겨 찍는 경우가 많았으나 전쟁터는 회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사진 고유의 영역이 되었다. 이러한 사진을 르뽀따쥬Reportage라 한다. 미국 남북 전쟁은 사진으로 기록된 최초의 전쟁. 매튜 브래디는 최초의 종군 사진기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에도 노출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싸우고 있는 중에는 촬영하지 못해 거의 정지해있는 모습이다. 



1839년 Hippolyte Baryard 자신도 자신을 발명했다고 주장했으나 다게레에 밀려 정부지원금 받지 못했다. 항의하며 최초의 사진 개인전을 개회. 그의 <익사자의 자화상>은 최초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의 이미지로도 유명하다.


1839년 Fox Talbot 네거티브 사진, 종이를 필름처럼 사용해 복제가능한 사진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양화, 딱 한 장만 만들어짐)



#2-2. 보는 것, 그리고 움직이는 것


19세기는 보는 것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아주 높았던 시기였다. 사진이 발전하는 동시에 움직임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었고 광학 완구Optical Toys도 계속에서 업그레이드하고 있었다. 단순히 장난감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많은 것 같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영화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교수님이 직접 이런 광학 완구들을 가져오셔서 돌려가며 구경했는데 어... 이거 어릴 때 갖고 놀던 그건데..? 싶은 것들이 많았다.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것들도 있었다. 검색하니 움짤이 많아 행복했다. 여기서부터 정신없음 주의




1817 Kaleidoscope (어릴 때 뽑기에서 뽑아서 갖고 놀던 만화경..?)




  


1825 Thaumatrope (실로 꿰어서 막막 돌리고 갖고 놀았던 딱지..?)





1832 Phenakistoscope (돌리면서 본다. 물론 그냥 돌리면 뿌연 잔상만 볼 수 있어서 간헐적으로 깜빡이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intermitten drive mechanism = 이것이 나중에 셔터가 된다)





1834년 Zoetrope (간헐적 연동 장치를 만들어 돌리면서 보는 장치! 발전하고 있다)





1877년 Praxinoscope (좀 더 발전! 가운데 거울을 달아두었다. 아 예뻐ㅠㅠ)






사진의 발전과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관심 폭발의 다음 단계는 이전에 너무 좋다며 올린 적 있는 Eadweard Muybridge의 연속 사진이다. (▶ 정말 아름답고 매혹적인 작품들이지만 이전에 올린 글(클릭)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 )


   


1878년[각주:7] 머이브리지는 말이 달리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당시에는 필름이 없어 한 대의 카메라로 연속촬영을 할 수 가 없었다. 그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같은 간격으로 설치하고 셔터에 실을 연결해 말이 달리면서 카메라 앞을 지나가면 실을 건들여 촬영이 되도록 했다. 원시적이지만 정확하게 작동했고 그 결과물은 위와 같다. 


    

    


1879년 Zoopraxiscope는 연속사진을 영사까지 할 수 있는 기계였다. 머이브리지가 이 장치를 발명함으로써 그는 거의 영화의 발명자로 역사에 남을 뻔 했지만...! 그 당시 머이브리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그냥 애들 장난 정도로 여겼다. 예쁜 쓰레기 정도로 생각했던 듯..


1881년 Photographic Gun(사진총) Etienne Jules Marey가 발견한 사진총은 정말 총 쏘듯이 사진을 찍는다. 총을 개조해서 카메라를 만들었고 긴 렌즈통이 망원렌즈의 역할을 해 멀리 있는 새를 찍을 수 있었다.[각주:8] 마레이에 와서 하나의 장치로 연속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마레이는 이를 '시간을 쓴다'는 의미로 Chronograph라고 불렀다.




보는 것의 근대화

크로노그라피의 영향으로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사진에 '기록'의 의무를 넘겨주고 새로운 표현방식이 마구 등장하던 회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시간을 파편화해서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화가들은 흘러가는 시간, 3차원의 움직임을 캔버스에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방가르드[각주:9]를 이끄는 중요한 예술 사조인 미래파[각주:10]와 다이나미즘이 등장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세기말의 우울한 분위기보다 역동적이고 고무된 분위기가 잘 나타났다. 



Course de Chevaux Montes.


이전까지는 역동적인 그림이라고 해도 이런 그림 정도였다. 이것이 19세기 초반의 사실주의이나 실제로 말은 이렇게 안 뛴다. 실제 움직임과는 거리가 먼 움직임. 그러나 머이브리지 이후 그러한 역동성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게 되자 회화도 더욱 정교해진 역동성을 표현했다. 미래파는 진짜 맥박이 뛰는 그림을 표현하고 싶어했고 움직이는 피사체의 '시간의 흐름'을 분절해서 그렸다 - 파편화된 시간, 단상들의 조각, 샘플된 시간. 


Giacomo Balla - Dynamism of a Dog on a Leash  Gino Severini - Blue Dancer

강아지의 움직이는 발, 무희의 움직이는 모습이 잘게 썰어져 그 시간들이 중첩된 모습. 이것이 머이브리지와 마레이, 크로노그라피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자연물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것이 사진과 영화의 영향력이다.




1888년 셀룰로이드 발명. 마레이까지는 딱딱한 디스크에 사진을 촬영했지만 셀룰로이드가 발명되면서 유연하게 감을 수 있었다. - 롤roll식의 등장은 편집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굉장히 다른 형태의 매체를 다루는 형식을 촉발시켰다.


그리고 같은 해 코닥 카메라가 '당신은 찰칵, 만 해라. 나머지는 우리가 해줄게' 라며 박력있게 등장. 사진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영화의 발명에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1891년 키네토그라피 발명. 에디슨의 고용인인 딕슨이 발명한 카메라. 영화의 발명에 근접했다.


1892년 키네토스코프 발명. 딕슨이 발명한 영사기. 혼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문 같은 모양의 개인 영화관같은 모습이었다! 만 에디슨도 역시 이를 재밌는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1895년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영화가 발명된다




영화에 대하여 ①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빛의 방

영화에 대하여 ② 영화와 기호 I





덧. 우와 이거 길다. 진빠진다 끄으. 

그리고 가독성이 떨어져서 아쉽...지만 태그 고치기는 귀찮은데ㅠㅠ



  1. 인간의 보존하고 기록하려는 욕구가 미이라로부터 시작해서 그 역할과 의무가 회화, 사진, 영화로 넘어왔다고 본다. (매우 요약함) [본문으로]
  2. 수업시간에 교수님은 잠시 눈을 감고 아무 것도 없는 깊은 곳, 나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보라고 하셨다. 물론 수업시간이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끝없이 내려가는 기분이 꽤 좋았다. [본문으로]
  3. 사진은 현존한 것을 광학적으로 재현한 것이지만, 현존의 증명이기도 하다. 사진은 재현이자 현존이기도 하고 그 사이의 어떤 흔적이기도 하며 증거이기도 하다...... 롤랑 바르트에 대해 쓰면서 다시 써보도록 하게똬 [본문으로]
  4. 초자연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었다. 왜? 불을 직접 피워서 연기도 나고 기름 냄새도 났는데 그러한 환경과 초자연적인 모티프가 어울렸기 때문.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약간은 으스스하게 느껴졌을 것. (by 필기) 1797년 에티엔 로버트슨은 기존의 기법을 더욱 세련화하여 유령 등이 나오는 쇼를 펼쳤고 이를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라고 한다. [본문으로]
  5. Dutch light: 베르메르의 그림의 특징이기도 한 부드러운 빛은 네덜란드 특유의 빛. 해 ▶ 바다 ▶ 구름 ▶ 반사해서 도달하는 빛으로 강렬하지 않고 부드럽다. 지금은 개간때문에 사라졌다고 [본문으로]
  6. 이것이 정설이었으나 70년대 이후 최근 니엡스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제는 니엡스의 공로도 인정받는다. [본문으로]
  7. 머이브리지가 연속촬영에 성공한 해는 1878년이라고 이라고 되어있지만 1872년 정도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중간에 잠시 잠적했다가 돌아왔기 때문ㅋ 그는 이 사진을 말이 달릴 때 네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느냐 아니냐를 두고 내기한 친구를 위해 찍었다. 결론은 친구는 내기에서 이겼고 그가 바로 스탠포드 대학교를 세운 사람이라고 함 [본문으로]
  8. 무기의 역사와 사진/영화의 역사는 여기저기서 인연을 많이 맺는다. 르뽀타쥬나 용어들 - shoot 등 언어가 중첩됨 [본문으로]
  9. <예술>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 또는 그 유파.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일어난 다다이즘, 입체파, 미래파, 초현실주의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 [비슷한 말] 전위5(前衛)ㆍ전위파. [본문으로]
  10.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외치며 등장. 일체의 과거를 청산하고 속도를 표현하고 다이내믹한 힘이 용솟음치는 기계문명 감각을 강하게 표현할 것을 주장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미래파 [未來派, futurism, Futurismo] (미술대사전(용어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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