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양말

2020. 1. 12. 16:25In the Box

좋은 양말이 주는 즐거움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사실 예전에도 당연히 헌 양말보다야 새 양말, 보드라운 양말, 예쁜 양말을 신는 날이면 기분이 좋았지만 요즘은 나를 달래는 방법으로 좋은 양말을 사고 신는다. 나가기 귀찮은 날에도 좋은 양말부터 신고나면 발끝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얼른 신발을 신고 싶고, 걷고 싶다.
부드럽고 포근한 양말을 신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깨닫고 나니, 의식적으로 좋은 양말을 고르고 신게 된다. 의식하지 않았을 땐 그냥 나가기 직전에 아무거나 골라신던 일이, 내가 나를 대접하는 일이 되고 또 기분좋게 외출하게 만들어주는 당근이 된다.
사실은 질 좋은데다 저렴하고 예쁘기까지 한 양말이 가득한 쇼핑몰을 찾은 것이 이 기쁨의 일등공신이다. 어쩌다 추천받아 샀던 건데, 너무 좋은 거다. 소확행 류의 단어는 안 좋아하지만, 그런 기쁨이 이런 감각이었지 새삼 또 느끼고. 가끔은 비싼 브랜드 양말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역시 저렴해서 자주 사도 마음과 통장에 부담이 없는 양말 쇼핑이 아직까진 좀 더 즐겁다.
좋은 양말처럼 작은 기쁨을 발견했을 때 놓치지 않고 내 일상에 데리고 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많이 느낀다. 데리고 오지 않으면 기쁨들이 없던 것처럼 사라져버리더라고. 특히나 내 일상을 만드는 기본적인 것들. 청소나 빨래, 아침 루틴, 바디로션과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 음식을 해먹는 것, 좋아하는 가게들 같은 것. 내가 그동안 예쁜 사진을 찍는 것에서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내 하루를 닦고 광내는 일에서도 그동안은 잘 몰랐던 기쁨을 찾아가고 있다.

(역시 퇴사가 인간을 만든다..)

'In the Box'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국에 나올 땐, 해외 로그인 차단을 해제하자  (0) 2020.02.08
20.01.19 출국 D-9  (4) 2020.01.19
2020년 1월 1일  (0) 2020.01.01
1213 긍정은 체력에서 나온다  (0) 2019.12.13
브이로그  (5) 2019.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