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로풍찬 유랑극장>

2014. 11. 1. 02:45Like/Play




이 극장은 두 시간으로 줄인 천 만 년을 여섯 평으로 좁힌 억 만 평을 가리고 있다네

이 극장의 어둠 속에서 똑똑한 사람은 바보보다 더 바보스러워지고 바보는 똑똑한 사람보다 더 지혜로워진다네

이 극장의 어둠 속에서 현해탄은 남대문으로 남대문은 자전거로 자전거는 커다란 돌로 바뀐다네

이 극장의 어둠은 황금빛을 푸른빛과 붉은빛으로 나누지 않고 검은빛은 하얀빛으로 푸른빛과 붉은빛을 황금빛으로 모아낸다네

극장 안에는 극장 밖에 꺼진 밝은 세상이 있다네 

극장 안에는 극장 밖에 꺼진 밝은 세상이 있다네


...


소를 가죽외투로 곰을 털모자로 돼지를 군화로 만드는 이 세상에서

네가 하지 않으면 그 누가 가죽외투가 소의 울음소리를 내도록 

털모자가 으르렁거리는 곰이 되도록 군화가 새끼돼지를 낳도록 할 것인가


호랑이를 방석으로 말을 지갑으로 둔갑시키는 이 세상에서 

네가 연극을 하지 않으면 그 누가 방석을 포효하는 호랑이로 깨울 수 있단 말인가

그 누가 지갑을 말의 근육으로 내달리게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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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서 연극을 하는 건 좀 그래요... 그러니까 연극을 안 한다구 굶어 죽지는 않잖아요?"

"저희 스승님은 연극은 사람이 왜 먹고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거다, 그래서 쌀보다 훨씬 진귀한 거다... 라고 하셨어요"


세상살이 어렵지만, 힘들지만, 고되고 빡세고 지치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연극이 있어서 다홍치마 입고, 고운 꽃 저고리 입고 길을 나설 수 있다. 


로풍찬 유랑극장은 그런 연극. 앞으로 달나라동백꽃 극단의 연극은 모두 챙겨보겠노라고 꾹꾹 다짐하면서 극장을 나왔다. 






원작 류보미르 시모비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


대본 김은성 

연출 부새롬


김삼랑 선종남

조귀엽 이지현

로풍찬 전석찬

고봉자 강말금

옥단미 배선희

하가림 강기둥

기회철 마두영

양정순 김정

여청숙 윤혜숙

끝심이 이지혜

피창갑 노기용

국상태 이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