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

2014. 11. 26. 22:52The Moment




한 학기의 4분의 3이 지나갈 무렵, 일주일에 적으면 두 번, 많으면 네 번까지, 코 앞의 정류장을 두고 한참 멀리 정류장까지 숨차게 내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만나고 있지만 어쩐지 친밀해질 수 없었던 모임에서 친밀함을 거부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단호함과 솔직함과 닮아 있었는데도 그 사람의 단호함은 날 선 낯섦이었다. 


늘상 익숙했던 것들에 대해 화가 났다. 두려웠고 힘들었고 이내 아주 많이 화가 났다. 아주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에 대해서 아주 오래 묵힌 감정이 터져나왔지만 아주 오랜 두려움에 맞서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


반가워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학교 언덕을 내려오다가 아주 큰 트리를 발견했다. 차가워진 하늘에 휑뎅그렁하게 뜬 속이 빈 별. 손이 건조해지고 패딩 내피를 챙기고 코트를 꺼내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겨울이 닿아온다. 


어떤 기대가 있었고 사라졌다. 또 다른 기대가 있었지만 사라졌다. 큰 기대는 아니었잖느냐고 되뇌어 보지만 왠지 가슴이 텅 빈 기분.


하루종일 들뜨고 행복했었던 때를 생각했다. 정확히 어느 날이었는지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간지럽고 꽉 찬 그 기분을 헤아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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