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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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글, 곧 죽어도 쓰기 싫어 백지만 바라보다가 마감 전 날 밤을 새가며 울며불며 쓴 적도 있고, 쓰다가 쓰다가 모르겠다 싶어 그냥 냅다 폴더 깊숙한 곳에 글을 처박아 둔 적도 있다. 쓰라 그러면 싫고, 쓰다보면 마음에 안 들어 싫기도 하다. 그러다가 가끔은 글감으로 쓰려고 소재를 찾고 글을 구상하고 이런저런 메모를 해두고, 맛깔나게 읽히는 글을 보면 저렇게 잘 쓰고 싶다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쓰기 싫은 것도, 쓰고 싶은 것도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는 욕심 때문이겠지 그런데 잘 못 써도 기깔나는 글이 아니어도 내뱉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은 밀어두고서라도 마구마구 내뱉고 싶은 날. 머리 속에 잔뜩 꼬인 채로 들어앉은 생각은 아무래도 글로 뱉어낼 때 가장 속이 시원해졌다. 고딩 때의..
2015.04.11 -
봄의 우울
가까이, 좁게만 들여다보고 싶은 날이 있다.알 것 같아도 모르는 척, 눈 감고 싶은 날 봄의 우울봄비가 내렸다 그래도 돋아날거야 ⓒ 2015. 민하(lllil)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2015.03.19 -
노랑, 제주 (2015)
노랑은 봄의 색깔 같았지만겨울의 끝자락의 색이기도 제주의 노랑, 노란 제주! 카페 봄날, 과 잘 어울리는 색은 파랑과 노랑 안도 타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 이번 여행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물의 교회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는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이라고. 섭지코지의 배꼽에 있는 이 곳은 공간과 자연에 대해, 그리고 영상과 명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돌과 시멘트가 만들어 낸 건축물, 그 건축물이 만드는 프레임 사이로 성산일출봉이 그림처럼 담겼다. 보는 이의 눈높이와 다가가는 정도, 매일매일의 날씨에 따라 매순간 달라질 그림이다. 이 그림은 지니어스 로사이의 지하에서, 영상으로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자연의 빛과 기계의 영사빛, 지상과 지하, 야외..
2015.03.04 -
파랑, 제주 (2015)
겨울과 봄 사이, 봄에 가까운 제주는 알록달록 봄의 색깔로 물들어간다. 하지만 그래도 제주는 역시 파랑, 머리카락을 하나 하나 셀 듯이 안으로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마저 새파랗다. 뜨끈한 볕을 안아 시원따뜻한 바람 아래 파랗고 푸른 제주, 온통 파랑 오고 가는 배, 오르 내리는 해녀 어제의 하늘, 오늘의 지니어스 로사이 ⓒ 2015. 민하(lllil)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2015.02.28 -
내리사랑
엄마, 그리고 엄마의 엄마 딸, 그리고 딸의 딸 김장 다라이 가득 잡채를 비비고 사흘은 먹을 갈비를 구워서 한 끼 식탁에 올리는 것은 시간을 압축하는 것 같다 배 땅땅 두드리고 집에 돌아와 갑자기 눈물이 났다
201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