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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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juku twilight, 桜上水 (2012)
배경음악은 shinjuku twilight이지만 사진은 신주쿠역은 아니고 내가 신세졌던 집 근처의 사쿠라죠스이역의 퇴근 풍경이다 일본은 예쁜 이웃 동네 같았다. 말은 안 통하지만 말이 통하는 것 같고 처음 오는 곳이지만 편안한 분위기에 마구 늘어지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풀리던 모든 일들. 날씨까지 도와줘서 악명높은 여름의 일본을 아주 예쁘게 지내고 왔다. 나흘간의 여행과 풍경, 일본에 있는 친구를 만난 반가움도 그리고 친구의 언니의 엄청난 배려와 귀여운 토끼, 맛있는 음식들까지. 안 그리울래야 안 그리울 수가 없는 시간들. 이 해 여름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사진들을 많이 찍었는데 운명하신 하드님 덕분에 이전 블로그에 올려둔 사진 말고는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이 슬프다 :( eddie higgin..
2015.01.14 -
그런 때
한 학기의 4분의 3이 지나갈 무렵, 일주일에 적으면 두 번, 많으면 네 번까지, 코 앞의 정류장을 두고 한참 멀리 정류장까지 숨차게 내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만나고 있지만 어쩐지 친밀해질 수 없었던 모임에서 친밀함을 거부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단호함과 솔직함과 닮아 있었는데도 그 사람의 단호함은 날 선 낯섦이었다. 늘상 익숙했던 것들에 대해 화가 났다. 두려웠고 힘들었고 이내 아주 많이 화가 났다. 아주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에 대해서 아주 오래 묵힌 감정이 터져나왔지만 아주 오랜 두려움에 맞서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 반가워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학교 언덕을 내려오다가 아주 큰 트리를 발견했다. 차가워진 하늘에 휑뎅그렁하게 뜬 속이 빈 별. 손이 건조해지고 패딩 내..
201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