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복도에서, 美성년으로 간다

2015. 10. 17. 23:04Like/Play



옴니버스 형식의 <복도에서>와 <美성년으로 간다>. 


<복도에서>는 기승전결이랄 것이 없는 복도의 단상을 보여준다. 상담실 앞 복도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웃겼고 귀여웠고 안쓰러웠고 어딘지 낯익은 학생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긴 서사가 아니라 한 장면, 그 시절의 파편을 보여주는 연극이어서인지 보면서 내내 내가 겪었던 것들을 떠올렸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기다리는 불안함 속에서 다른 애들은 무슨 얘기를 했을지 궁금하다. 찌를듯한 예민함과 속을 알 수 없는 변덕스러움, 이기적인 말투, 여기가 어딘지조차 모르겠는 갑갑함.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가졌지만 그저 스쳐갈 뿐인 복도.


어디에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성격들, 표정들, 대사들. 반갑기도 생경하기도 했다. 분명 내가 느꼈던 그 감정들인데 지금은 우습기도 하고 왜 저래?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분명한 건 내가 거쳐왔던 시간들이라는 것. 별 대단한 것 없어 보이는 한 장면이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복도에서는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서경이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난 단짝이었던 은수에 대해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멀어지고,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그 감정들. 기차는 계속 해서 지나가고 떠나간다. 서경이는 기차를 바라보고, 현호는 다시 돌아오겠지 하고 대답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지나가는 길에 만나기도 하고,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기도 하다가 하루가 저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같습니다. … 그 사람들 사이의 거리랄까요, 혹은 나 자신의 거리랄까요, … 사실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요.' - 작가의 글, 이양구 작가




복도에서는 스쳐갔던 시은이가 美성년으로 간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장면 전환되는 장면에서 기차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는데 괜한 상상으로 심장이 벌렁벌렁.... 그것빼곤 장면 전환이 아주 좋았다. 꿈 속을 헤집던 시은이의 시선으로 보는 기분이랄까. (아래 영상)


복도에서,美성년으로간다 전환 영상

[복도에서, 美성년으로 간다]9.22~10.17 #Space111서경의 복도에서, 시은의 방으로.부새롬 연출이 대본을 읽는 순간가장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BGM ‘Black Swan’OST듣기 http://bit.ly/1NmdQaL 작곡:몬구 mongoose (몽구스)작 이양구 #복도에서 / 김슬기 #美성년으로간다연출 부새롬출연 백성철 최진혁 김지훈 이화정 박병훈 오정택 이지혜 김정화 정수지 노기용 정혜지 홍준기 윤미경연습보기 http://on.fb.me/1L8Dvhj라운드테이블 다시듣기 http://bit.ly/1jffNJy

Posted by 두산아트센터 Doosan Art Center on 2015년 10월 16일 금요일



<美성년으로 간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겼고, 조금은 민망했고, 무섭고 짜증이 났고, 엉엉 울고야 말았다. 팬픽을 좋아하는 시은이. 사실 팬픽은 소재일뿐이었지만 그 소재부터 극 전반적으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겹쳐지는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시은이의 이야기를 관객으로서 보고 공감하고 연민한 것이 아니라, 내 고등학교 시절의 어떤 모습들을 발견했던 것 같다.


머릿속을 울리는 엄마의, 너만 믿는다는 목소리. 얇은 문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와 아빠의 다투는 소리, 현실을 외면하는 방법들, 머릿 속 상상들, 학교에서 느끼는 불안함, 아슬아슬한 관계, 문을 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누구라도 한번은 느껴보았을 그 불안함과 두려움, 상처, 어떤 관계들



연출도 극도, 그리고 배우들도 참 좋았다. 돌아오며 프로그램북을 정독. 연출이 달나라동백꽃의 부새롬 연출이었다. 크으으으으bbbb 달동 연극도 보고싶다. 배우들도 하나하나 눈여겨 보았는데, 특히 백시은 역의 이지혜 배우는 표정이며 대사며 빼놓을 것 없이 정말.... '버스에서 같이 앉을 친구가 없는데? 놀이기구 같이 탈 친구가 없는데..?' 하던 울고 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그 표정에 쿵, 쿵.

아,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다 싶었는데 몽구스의 리더 몬구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고. 


참 좋았다.



이양구 김슬기 / 연출 부새롬

출연 백성철 최진혁 김지훈 이화정 박병훈 오정택 이지혜 김정화 정수지 노기용 정혜지 홍준기 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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