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2015. 12. 3. 14:57Like/Play



제목 길다. 원제는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무대와 연출이 참 신비로웠다. 

크리스토퍼가 상상할 땐 나도 같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 

배우들이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유영하듯 움직이는 것을 보는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주가 내려온 듯한 별빛, 별들이 일렁이듯 움직이던 이미지와 움직임. 


작은 소품들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세상과 우주를 만들고 수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감탄스러웠다.




흔하지만 뻔하지는 않은, 길지만 지루하지 않은, 담담하지만 찡한, 답답하지만 이해가 가는 이야기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가 되는구나. 크리스토퍼의 말투, 몸짓, 태도, 눈빛이 내게 낯설지 않았고, 내가 보지 못했던 그 애들은 어땠을까 생각했다. 


대사량이 상당히 많다. 

기억나는 대사들도 많다. 정확하진 않지만 단어 단어 곱씹게 되는.



'엄마는 죽었고 아저씨는 지금 여기 안 살아요. 지금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속상해하는 건 바보같은 일이에요'


그렇지. 나도 알고는 있지만... 내게 가장 쿡 찌르듯 와닿는 대사였다. 


'난 진실만을 말해요'

'난 진심만을 말해요'


그래 넌 그랬지. 

통제하기 어렵고 모두를 힘들게 하는, 손이 많이 가는, 견뎌내기 쉽지 않은.

사회의 규범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지만 수학 증명을 잘 하고 좋아하는 아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우주를 좋아하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낯선 사람과는 말도 잘 하지 못하고 타인의 신체와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손 끝으로 세상과 교감하고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진심과 진실




'그건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마지막엔 네! 하고 대답할 뻔 했다. 














오리지널 무대가 정말 환상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라이센스 무대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신박했고 소박했지만 아이디어 넘치고 따뜻했다. 꽤 아름다웠어 정말



배우들은 좋아하는 배우들을 골라갔다. 

전성우는 관찰력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도 그냥 나오지 않는 이 배우의 영리하고 꽉 찬 연기를 좋아한다. 독특한 음색도 좋아해서 뮤지컬에서도 자주 보고 싶긴 하지만 최근 출연한 연극들이 다 좋았다. 크리스토퍼의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과 세상과 선을 긋고 있는듯한 태도, 우주를 상상하며 붕 뜨는 목소리. 두려운 런던 속에서 눈을 꽉 감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왼발, 오른발 내딛는 모습. 하나하나 인상적이었다.

김지현 역시 뮤지컬에서도 연극에서도 참 좋은 배우. 차분한 목소리가 좋고, 부담스럽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다. 무게감도 있고 가볍고 통통 튀기도 한다. 무게감 있는 역할이 좀 더 좋은 편. 크리스토퍼가 엄마도 아빠도 아닌 시오반 선생님이랑 살고 싶어 하는 것이 백번천번 이해된다. 시오반 선생님이랑 나도 살고 싶어.... 



크리스토퍼는 모든 씬에서 다른 배우들의 5배, 10배의 대사를 치는 것 같았다. 쓰러질 것 같은 대사량과 움직임.

그리고 다른 배우들도 모두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무대를 채운다. 다들 보약 한 채 지어먹어야 할 것 같다.... 




원작 마크 해던 극본 사이먼 스태판

연출 김태형 작곡 김경육 무대 정승호


크리스토퍼 전성우 에드 심형탁 시오반 김지현 주디 김로사 로저 김동현

시어즈부인 한세라 피터스목사 김종철 알렉산더부인 강정임 40번 조한나 톰슨 신창주

앙상블 김바다 김선영 손은지 조창희

샌디 샌디




(샌디는 사랑스러워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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