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

2021. 1. 21. 22:36In the Box


연예인들이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기간을 공백기라고 하는데, 요즘의 내 상황도 어쩌면 공백기라고 할 수 있겠다. 종종 연예인들이 복귀하고 난 뒤 공백기에 대해 이야기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외로웠고 힘들었고 막막했고 불안했고 때론 절망도 했지만 필요한 시간이었고 다시 뵐 수 있어 다행이라고. 혹은 숨차게 달려왔던 나를 다독이고 돌아보며 나와 더 친해지는 시간이었다고. 잘 쉬었다고. 뭐 인생의 굴곡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두에게 같은 형태인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건 남들과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일은 아니고 그렇게 일차원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 고비 혹은 쉼을 지나며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며 내 상태를 조금 점검을 해본다.
아직 나쁘진 않지만 곧 불안해질, 잘 버텨내야 할 그런 나.
하지만 나 역시 지나야 할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불안하다면 기댈 것이고 기대게 해줄 것이라고 조금은 믿는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고 어쨌든 한번 가보기로 했으니 가보는 거지 뭐...

제법 열심히는 지내고 있어서 조금 뿌듯하기도 한데 너무 낙관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코로나는 불행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을 꼽자면 코로나 덕분에 여기저기 얼굴을 비춰야할 일이 많지 않고 집콕이 이상하지가 않아서 내 공백기도 꽤나 자연스럽다. 친구들을 만나지 않을 핑계도 제법 괜찮고 캐나다에 있을 때만큼 나 스스로를 조금 더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기는 하다.

다만 집에 있는 것은 괴롭지 않지만 아빠와 내내 함께 있는 것은 조금 괴롭다. 돈 벌어서 얼른 독립이나 할걸 이러고 있나 괴로워지는 것도 그 이유.
하지만 뭐 어쩌겠어 - 이게 요즘의 모토다. 어쩔거냐구, 당장 나갈 순 없는 걸. 잘 버텨보기로 해본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마뜩찮은 공부들을 새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재미있다. 공부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이런 성과를 내는 것에서 얻는 성취감이 역시 제법 좋다...... :) 공부도 운동도 하기는 싫은데 하고싶고 재미있고 그렇단 말이지. 웃기게도 이제는 한 살이라도 더 어릴때부터 그랬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그때의 나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도 안 했던 거지만.

아 잘 살고 싶다 재미있고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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