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i, Italia (2015)

2015. 9. 30. 11:30The Moment/Europe (2015)


일곱번째 도시, 아씨시. 아씨시라는 연남동의 파스타집을 아주 좋아한다. 토스카나식 파스타를 만드는 곳인데, 그래서 난 아씨시가 토스카나 지방인줄 알았다. 피렌체 아파트의 친절했던 직원이 (체크인 도와주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었던 알렉산드라가 아닌 다른 직원이었는데, 이름을 까먹었네) 우리 다음에 아씨시로 간다니까, 움브리아 지방 너무 좋아한다며 정말 좋겠다고 했다. 아씨시는 움브리아 지방이다. ㅎㅎㅎ 



교황의 성인인 성 프란치스코의 유골이 있는 곳.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긴다는 도시. 중세를 그대로 간직한 도시. 나는 출발 전부터 할머니 선물은 여기서 사야겠다고 찜해두어서, 아주 많이 기다렸던 도시다. 

그리고 정말로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하얀 묵주를 사다드렸다. 정말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 그저 묵주일뿐인데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괜히 눈물이 핑 돌았었지.


아씨시는 아주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사람 많은 피렌체에서 정말 덥고... 사람 많고... 괴로운... 레지오날레를 타고 도착한 순간부터 여긴 내가 좋아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십오분 정도 갔으려나. 버스 양 옆으로 노오란 해바라기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더라면, 해바라기밭에 내려와 한참을 구경하고 싶었다. 내일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올 때 꼭 오른쪽에 앉아 해바라기를 보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실컷 구경했다. :)



2015.07 iPhone 5 @Assisi

 


아씨시는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덕분에 경치는 베리굿. 숙소도 간식도 제공되는 아주 환상적인 곳이었다. 깨끗하고 전망좋고 직원인 스테판은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로 더없이 친절했다. 게다가 간식 너무 맛있어. 펄풱트....


그러나 실은 아씨시 숙소를 정할 때 문제가 있었다. 내가 이 도시를 정말 기대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숙소였다. 델질리오 수녀원 도미토리는 싸고(매우 중요) 한국인 수녀님이 예약을 받으시고, 비싸지 않은 추가금을 내면 이탈리아식 정식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뭔가, 성스러운 도시의 수녀원 숙박이라니, 너무 좋잖아? 예약은 한 달 전 부터 받아서 6월이 되자마자 메일로 신청을 했고, 확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다가 식이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아씨시의 숙소를 바꾸게 됐다.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지만 도미토리가 아니라면 2인실은 큰 메리트는 없었고 결정적으로 예약도 꽉 차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녀온 숙소로 예약을 바꿨는데..... 당시 비행기를 예약하기 전인 식이가 급 날짜를 바꿔, 피렌체까지만 함께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내가... 너 때문에..... 루트는 못 바꿨지만 숙소도 여기저기 다 바꾸고 심지어 고대하고 기대하던 델질리오 도미토리까지 포기했건만 뭐라고? 그때는 이미 수녀원은 예약이 꽉 차 있었다.... (폭발)



결국은 아씨시와 로마 하루까지 함께 있는 원래 계획대로 다시 수정했고 무사히 아씨시까지 왔지만, 그땐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ㅋㅋㅋ




아씨시는 많은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보고 넘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아씨시 기차역에는 한국어로 '짐 보관'이라고 써있기까지 한다. 우리는 하루를 묵었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왔으니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


작은 마을 아씨시엔 명성답게 예쁘고 성스러운 성당들이 있었고, 나는 신자가 아니었고 식이도 나이롱 신자지만 조용히 들어가 마리아 그림을 보고 나왔다. 돌길과 돌건물들, 유난히 많이 보이는 꽃들. 중세 영화 속을 걷는 듯한 느낌에 한 껏 기분이 좋아졌다. 돌벽 너머로 초록빛 움브리아가 보였고 난 정말 이 도시가 너무너무 좋아졌다.





2015.07 Canon EOS 650D @Assisi


건물들 사이로 보이던 들판. 초록색과 황금빛의 움브리아.










2015.07 Canon EOS 650D @Assisi












2015.07 Canon EOS 650D @Assisi


푸줏간!! 중세다!!! 외쳤던 곳. 크크










2015.07 Canon EOS 650D @Assisi



















2015.07 Canon EOS 650D @Assisi


지는 해가 쏟아지는 것 같았던 저물녘, 아씨시 가장 높은 곳에서.



















2015.07 Canon EOS 650D @Assisi


아름다운 아씨시, 언젠가 여기도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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