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illa, Spain (2015)

2015. 10. 14. 14:06The Moment/Europe (2015)

여덟번째 도시, 세비야. 

로마를 거쳐오긴 했지만 로마에선 그저 비행기를 기다렸을뿐, 그리고 그 몇 시간도 더위에 지쳐 늘어져있었을 뿐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그 와중에 뽐삐는 먹었다)


세비야는 이름으로 먼저 알았던 곳이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sevilla를 세빌라가 아닌 세비야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뿌듯했던지. ㅋㅋㅋ 고작 몇 달 배운 스페인어지만 써먹을 생각에 두근두근했고, 세비야는 스페인의 첫 도시였다. 그러나 세비야는 내게 참 고난의 도시였다. 예뻤고 사람들도 친절했지만 정말 무지막지하게, 정신을 잃을 수도 있겠다 싶게 더웠고, 설상가상으로 날 외롭게, 우울하게 하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었다.


외롭고 우울했던 세비야의 나


사실 세비야는 우울, 외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도시이다. 알록달록 밝은 집과 유쾌한 사람들, 술과 플라멩코, 쾌활한 거리. 

그래서 그 안에 혼자 있는 내가 더 외롭고 우울했는지도 모른다.


여행이 중반을 넘어서고 온전히 혼자가 되자 여러 감정들이 밀려왔다. 여행 초기의 설렘도 남아있었지만, 너무나 더운 날씨에 체력은 조금씩 떨어져가고, 의지하고 있던 식이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갑자기 완전한 혼자가 되었고, 매일매일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도 조금 지쳐갈 무렵. 


나는 왜 여기있을까, 매일매일 새로운 풍경- 눈에 담고만 떠나는 것이 의미는 있는걸까. 혼자 보고 혼자 사진찍고 혼자 다니는 여행, 외롭구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점점 다시 페이스를 찾고 그 기분과 상태를 즐기게 되어서 혼자 다니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 아주 좋다! 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사람이 참 중요하다. 지나가다 눈인사 한 번 받으면 그게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밥 먹을 때 웨이터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 그게 또 얼마나 행복한지, 타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십년지기 친구마냥 얼마나 눈물나게 반가운지. 


내게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 즐겁지만 어렵기도 했다.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귀찮았고 무서웠다. 여전히 그렇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던져준 것이 여행이지 않았을까. 

난 늘 좋은 사람이고 싶어 노력했고 친절했지만 그 반작용으로 벽도 아주 두꺼웠다. 그리고 그 벽은 점점 두꺼워져 간다. 그 벽에 가끔씩 숨구멍을 내어 주는 일, 여행이 그렇다. 


그래서 떠나야 하는 것이다. 아주 먼 곳은 아니더라도 어딘지 낯선 곳으로. 벽은 여전하겠지만 숨통은 트일 것이니.




우울했던 세비야에서도 곧 좋은 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떠들썩하게 보냈다.

이맘때쯤부터 너무 더워(이말을 몇 번 쓰는지 모르겠지만 100번 써도 안 모자랄 만큼 더웠다) 카메라도 거의 들고 다니지 않았지만, 즐거웠다 :)



2015.07 Canon EOS 650D @Sevilla














2015.07 Canon EOS 650D @Sevilla














2015.07 Canon EOS 650D @Sevilla


좋아하는 사진 :)












2015.07 Canon EOS 650D @Sev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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