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2021. 9. 13. 22:50In the Box


세번째 타투이자 첫 레터링 타투를 했다.
말에 대한 감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내 생각도 너무 많이 바뀔 것 같아서 레터링은 새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생각마저 바뀌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을 새겼다. 볼때마다 그렇지, 괜찮지, 끝이 아니지, 생각하려고 한다. 언젠가 취향이 변하더라도 지금의 상황과 마음을 기억한다면 그렇게 꼴보기 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다음 타투에 대해 생각했다. 새 타투를 가장 하고 싶은 건 타투를 받고온 날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엄마에게 새 타투를 보여주면서 다음 타투 얘기를 하자, 엄마도 받고 싶다고 했다. 엄마랑 같은 타투를 받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가능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우리의 자연이름인 꽃들을 엮어서 팔에 새겨보자고, 가볍게 웃으며 얘기했고 내년쯤에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가볍게 얘기하고 난 밤, 곰곰이 생각해봤다. 요즘 변치않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항상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시점에 뒤통수를 맞았고 다시 혼란스러웠다. 변치않는 것이 없어도 괜찮고 흘러가는대로 그때그때 잘 살아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영원히 날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존재는 엄마랑 치노뿐인 것 같은거야. 다른 어떤 누구도 변치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지만 두 존재만은 그럴 수 있지. 그리고 내가 받는 것뿐 아니라 내가 주는 사랑도 이 두 존재에게만큼은 변치않을 것이라 말할 수 있으므로 이건 변치않는 사랑이야.

그래서 변치않는 사랑을 새기는 곳을 따로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타투를 왼팔에만 새기고 있는데 딱히 이유는 없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들을 종종 새겨볼 생각이다. 변치않는 것,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 그 사랑에 대해서는 따로 공간을 내어주려 한다. 작은 선을 그리고 이 안쪽은 진짜 진짜 진짜야, 라고 말하고 싶은 건 조금 유치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이게 마음의 안정이 된다. 그래도 다 없어도 최소한 이 사랑은 있다. 라고. 다 없어진 것 같던 사람에겐 이렇게 환기하는 것도 필요하구나 생각한다.

어쩌면 나만 이 감정을 뒤늦게 깨달아 유난을 떨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엄마가 과연 타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얼른 돈을 모아 타투 두개 더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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