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Box(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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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
사견 전에 간단히 설명하자면 Eadweard Muybridge는 1800년대 중후반의 사진가다. 그는 말이 달릴 때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고액 내기를 한 친구를 위해 연속 동작 사진을 촬영했다. 결과는 Muybridge 친구의 승. 그 친구는 판돈을 거하게 따고 나중에 스탠포드 대학을 세웠다고ㅋ 그리고 그 사진으로 유명해진 Muybridge는 이후 활동사진을 여러차례 찍었다.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을 기록하기 위해 찍은 활동사진들은 영화의 초석. Muybridge와는 꽤 인연이 있다. 깊을 것까진 아니지만. 작년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연속사진으로 된 엽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골라왔는데 그해 가을학기에 전공책에서 Muybridge 발견. 괜히 반가웠었다. 그리고 이번 가을학기, ..
2014.10.13 -
낯섦
익숙함이 곧 편안함은 아니다. 때론 익숙한 곳에서보다 낯선 곳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낯선 곳에 떨어진 이방인 놀이를 하면서 난 어색함과 외로움보다는 해방감과 묘한 쾌감을 느꼈다. 아무도 날 모른다는 것, 몇 개월 후면 내가 감쪽같이 사라질 거라는 것, 누가 날 잠시 바라봐도 곧 흩어질 잔상일 뿐이라는 것. 결국 시선으로부터의 자유였다. 내가 의식하고 있던 시선들, 실제로 나에게 꽂히던 시선들이 덜어지자 즐거우리만치 가벼워졌다. 몸도 같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누구도 날 봐주지 않는다면, 난 존재할까. 관계성 없는 존재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관계성을 뺀 나머지 존재는 또 어떤 걸까. 요즘 소격효과라는 말이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돈다. 나는 지금 공간과 나를 떼어놓고 바라보고 있는걸까. 그렇게 거리..
2014.10.07 -
8월의 블로노트
트위터를 받아보기용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즐겁게 받아보는 계정 중 하나는 타블로의 꿈꾸라. 타블로가 하는 라디오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광팬이라서 야자하면서 종종 같이 들었다. 목소리가 내 스타일이 아닌데도 참 좋네, 한 마디 한 마디 힘이 있는 사람이네, 했었다. 최근에 집에 돌아오는 밤, 차 안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난 타블로의 라디오. 한참을 채널을 돌리다가 겨우 마음에 드는 분위기를 찾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나긋나긋하면서도 집중되는 목소리와 무덤덤하면서도 따뜻함이 뚝뚝 묻어나는 분위기, 아 좋다. 좋은 귀가길이었다 그리고나서도 꿈꾸라를 매 시간 챙겨듣진 않는다. 그냥 가끔 우연히 마주칠 뿐 하지만 트위터에서 조각조각이나마 전해오는 이야기가 좋아 매번 저장한다 8월의 블로노트, 내 기준으로..
2014.09.01 -
멘붕의 멘탈붕괴
외장하드가 사망했다아아 그는 좋은 외장하드(2009~2014)였........는데 6년간 버텨왔으면서 마지막 한 시간만 더 견뎌주지 왜 그리 쉽게 간거니ㅠㅠㅠㅠ 어릴 때부터 아빠의 주입식 교육으로 백업의 중요성을 익혀왔던 나인데, 요 몇 개월 새 나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새 컴퓨터를 사서 백업 하라고 굳이 옮겨서 달아놓은 드라이브를 고대로 덮어쓰질 않나 (덕분에 런던, 에딘버러 사진 굿바이.... 내게 남은 건 기사용 사진과 인화한 엽서뿐........), 외장하드가 덜컥대는데 영상 몇 개, 글 몇 개를 옮겨놓고 안심하다가 결국 외장하드가 사망하고 나서야 제일 중요한 사진을 백업하지 않았단 사실을 깨닫질 않나. 아 나 왜 멍청이요. 왜 이래요 나 ㅠㅠㅠㅠㅠ 2010년부터 차곡차곡 모아놓은 내 사진들...
2014.08.01 -
Box Open, season II
2013. 01. 13 정체성도 방향도 (아직은) 없는 망상현실상자 개봉 :D 그리고 시즌 2 2014.07.02 여전히 갈팡질팡한 채쉬운 네이버를 버리고 어렵고 복잡한 티스토리로나름 몇 년 전의 숙원사업 과연 잘 이어갈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두번째 상자 개봉.
201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