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6 집 구하기 여정

2020. 2. 6. 17:52in Vancouver

밴쿠버에 눈이 왔고, 눈이 온 다음날 비가 어김없이 종일 비가 내렸다. 지금 있는 집은 딱 한 달만 지낼 단기 룸렌트인데, 모든 것을 다 어색해 하는 뉴커머를 환대해주는 하우스메이트들이 있어서 조금 연장하고 싶을 정도다. 다음달부터는 감당하기 조금 어려울 정도로 렌트비가 오르고, 전체적인 집값이 오르기 전에 오래 지낼 방을 구해야 해서 연장하는 건 어렵겠지만. 나로서는 첫 월세에 첫 독립에 가족이 아닌 사람과 사는 게 재수학원 이후로 처음인데, 참 운이 좋다. 하메들 덕분에 갈비찜도 먹고.... 된장찌개도 먹고.... 빵도 계란도 하나씩, 하나씩 주는 마음이 고맙다. 그냥 냅두려면 둘 수 있는 것들인데. 나가기 전에 초콜릿이라도 사두고 나가야지.

하지만, 회사도 멀고 월세도 비싸고 이런저런 이유로 (생각보다 모르는 네명이 사는 게 아주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새 집을 구하러 며칠간 뷰잉을 다녔다. 첫번째 집은 위치도 동네도 집도 좋았지만, 카펫 바닥에 딱 두 달만 살 수 있었고 빨래를 거실에 널어야 했다. 두번째 집은 집 보러 가다가 뷰잉 취소됐고(미안하다고 꽤 많은 커피값을 보내주셨다), 세번째 집은 위치는 괜찮았지만 카펫 바닥인데다 하우스에 메인 스테이션도 아닌데 너무 비쌌다. 네번째 집은 가격이 정말 쌌지만, 역에서 너무 멀었고 집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침하고 거실에서 디제잉 파티를... 한다고.... 해서 탈락. 다섯번째 집도 가기 전에 계약됐다고 해서 뷰잉 취소됐고 여섯번째 집은 정말 거대한 하우스였는데 방에서도 집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다 전체적으로 너무너무 낡았고 남자 포함 세 명이 욕실을 공유해야 해서 포기했다. 샤워실 없는 개인 화장실이 있고 가격이 정말 저렴했지만, 역에서 너무 먼 것도 마이너스였다. 일곱, 여덟, 아홉 번째 집도 씹히거나 가기전에 취소됐다. 그리고 오늘 다녀온 집은 실제로 본 집으로는 여섯 번째, 아파트였다. 위치는 가장 좋았고, 헬스장 딸린 아파트인 것도 좋았다. 방은 본 것 중에 작은 편인데다 창문이 없었지만 화장실을 혼자 쓸 수 있었고 부엌과 거실 모두 넓고 깔끔했다. 무엇보다 집주인이 그간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느낌이 좋아서, 계약하기로 했다. 작은 방이지만 부디 후회없기를, 6개월 동안 무탈히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 밴쿠버에 온 지 고작 8일밖에 안됐는데 회사 면접도 보고 집도 결정해버렸으니까. 안되면 어떻게든 한다, 는 배포가 내겐 조금 부족한 것 같긴 하지만 정말, 너무 많이 고생하고 싶지는 않다. 적당히 열심히 살테니 적당히 운이 좋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