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밴쿠버, 밴쿠버의 생활인

2020. 5. 4. 13:10in Vancouver

 

벌써 5월이라니, 시간 가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계속 집에 있어서 더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는 걸 믿고 싶지 않은 것일수도. 날씨는 계속 좋아지다가 이번주는 갑자기 비가 온다. 비가 오니 5월인데도 쌀쌀하더라. 내내 비가 오다가 잠깐 멈춘 틈을 타서 이런 풍경을 포며 달리기도 하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팩하면서 유튜브로 뮤지컬을 보고. 캐나다까지 와서 집에 갇혀있는게 약간 우울하다가도, 이렇게 혼자 생활을 꾸려가는게 꽤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캐나다에 와서 생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냥 습관적으로 하던 일들, 늘 하던대로 하던 것들, 아주 일상적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루틴들이 전부 바뀌고 하나하나 새롭게 세팅을 해야하니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 처음 장을 볼 때는 당장 먹을 것들만 생각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나름 일주일 치 식단을 생각하고 산다. 초반에는 뭐든 거의 떨어져가는 걸 보면 성급하게 쟁여두었지만, 그렇게 쟁여봤자 짐만 많아진다는 것과 생각보다 똑 떨어지는 날은 천천히 온다는 것을 깨닫고, 떨어지면 사자고 구매를 참아내기도 한다. (보이면 그냥 바로 사고 싶은 타입) 여전히 충동구매는 가끔 하지만, 잘 참아내기도 하고, 답답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운동도 생활의 루틴 중 하나로 집어넣고 있는 중이다. 이제서야 혼자 생활한다는 것의 번거로움과 귀찮음, 그리고 즐거움을 깨닫게 된 것이 좀 우습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계획대로 딱딱 맞춰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즐겁고, 계속 이렇게 내 생활의 속도를 맞춰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에 사는 것도 좋지만,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굉장히 큰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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