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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인생의 변곡점같은 것,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올해에 마주하고 말았다. 그에 대해 쓰자면… 어디까지 솔직히 써도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고민하다가 그냥 쓰기로 한다. 오래된 연인의 배신으로 8년의 연애가 끝이 났다. 이 문장을 쓸 수 있게 된데에 6개월이 걸렸다. 아직도 종종 눈물을 흘리고 마음은 아프지만, 죽고 싶은 마음은 이제 없고 제정신을 차려 다음 삶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언젠가 고통 절망 내가 느꼈던 감정들과 그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아직은 아니고, 오늘은 고마운 것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리터럴리 내 세상이 무너지고 있을 때, 내 세상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도록 곁에 있어준 친구들에 대해. 처음 사실을 알았을 때에 지체없이 전화를 할 수 있는 친구들..
2021.12.11 -
외로움
외로움을 덜 느끼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나는 항상 궁금해했다. 곁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고 나니 누구와도 깊게 연결되지 않아있다는 생각이 들고 깊게 외로워진다.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고 만나기도 하고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려고 해봐도 문득문득 차가울 정도로 느껴지는 혼자라는 감각이 버겁다. 캐나다에 있을 때 시차가 달라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그저 그렇게 다들 자신의 삶을 사느라 깊게 연결된 선은 한 두개만 유지하고 지내기 때문이었을까? 얕은 관계들에서 오는 안정감과 즐거움도 있지만 깊고 무거운 관계가 주는 애정이 이렇게나 크고 소중한 것이었구나. 이제야 느끼는 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나쁜 관계도 끊어내지 못하는 걸까?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
2021.11.07 -
타투
세번째 타투이자 첫 레터링 타투를 했다. 말에 대한 감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내 생각도 너무 많이 바뀔 것 같아서 레터링은 새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생각마저 바뀌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을 새겼다. 볼때마다 그렇지, 괜찮지, 끝이 아니지, 생각하려고 한다. 언젠가 취향이 변하더라도 지금의 상황과 마음을 기억한다면 그렇게 꼴보기 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다음 타투에 대해 생각했다. 새 타투를 가장 하고 싶은 건 타투를 받고온 날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엄마에게 새 타투를 보여주면서 다음 타투 얘기를 하자, 엄마도 받고 싶다고 했다. 엄마랑 같은 타투를 받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가능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우리의 자연이름인 꽃들을 엮어서 팔에 새겨보자고, 가볍게 웃으며 얘기했고 내..
2021.09.13 -
W삼촌
삼촌에 대해 떠올리면 오대오 가르마의 다소 긴 머리에 환하게 웃고 다정하고 가끔 동생을 둘러메고 뺑뺑 돌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랑 동생이랑 삼촌과 같이 에버랜드같은 곳에 갔던 것도 기억이 난다. 우리 아빠는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고 짜증이 나면 무섭게 화를 내는 사람이어서 나는 그런 곳에 가보고 싶단 말도 안 했고 아빠랑은 가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날은 좋았다.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고 날씨는 좋았던 것 같고 튤립같은 꽃이 피어있었던 것도 같다. 에버랜드가 아니고 서울랜드였던가. 같이 찍은 사진과 그 분위기만 기억이 난다. 행복하고 따뜻하고 즐거웠던 기억. 삼촌과 엄마아빠가 어떻게 알게된 사이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날부턴가 우리집에 자주 찾아왔고 나와 동생과 잘 놀아주었다. 그무렵 무척..
2021.06.01 -
<1719,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 핫펠트
무겁고 우울하고 힘들었던 그의 3년 나는 늘 희망과 사랑을 찾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런 마음에 빛을 얻고 또 울고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멋진 노래들과 마음을 움직이는 가사, 그리고 이겨내고 살고 있는 삶이 담긴 글 마음이 아팠고, 감정이 흔들리고 동화됐고, 그럼에도 또 힘을 얻는다. 고맙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