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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취미, 러닝
친구들과도 잘 만나지 못하게 되고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테이크아웃만 되고 갈 수 있는 곳은 공원 정도밖에 없었을 때, 러닝을 시작했다. 맨몸으로 당장 시작할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는 야외 활동은 러닝뿐이었다. 사실 나는 움직이는 걸 꽤 귀찮아하고 오래 걷는 것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고 수영 말고 다른 운동은 영 젬병인 둔한 인간이다. 특히나 무릎이나 발목이 약해서 달리기는 정말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을 땐 어쩔 수 없지. 방 안에만 있기엔 너무 심심했고 이러다간 정말 많이 우울해할 것 같고, 마냥 걷기만 하는 것도 슬슬 좀 지루했으니까. 상황에 등 떠밀려 어쩌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러닝을 처음 시작한 건 4월 말, 한국에서 먼저 코로나 집콕을 경험한 친구의 추..
2020.09.13 -
Squamish (2020)
마법같은 날이었다. 갑자기 스쿼미시 파티에 초대되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강한 어른 여성을 만나는 건 항상 멋진 일이지. 아름다운 풍경을 너무 많이 만났고 친화력이 좋은 친구들 덕분에 친절한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만 수영을 못 한 것이 너무 아쉬웠고,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물놀이를 하러 가고 싶어졌어.
2020.07.21 -
처참한 날들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은 나날이다. 태어난지 6개월 된 아기를 대상으로 성착취를 하고, 유아의 성착취물을 보기위해서 또 다른 유아동에 대한 성범죄를 조장한 손정우가 고작 1년 6개월 형을 살고 석방되었다. 미국으로의 송환도 불허되었다. 한국 법정에서 제대로 단죄하여 한국 내 아동청소년 범죄에 경종을 울린다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가 이유였는데, 그런 한국 법정에서 손정우에게 1년 6개월 형을 내렸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손정우는 같은 죄목으로는 다시 처벌받지 못한다. 한국에 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법대로만 처리했어도 최대 10년 형까지는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성인 여성, 미성년자 여성, 그리고 어린이, 걷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유아, 아동까지. 한국의 성범죄는 어디까지 가는가. ..
2020.07.10 -
코로나 시대의 밴쿠버살이
6월의 반은 별 생각 없이 눈만 꿈뻑하는 새에 지나가 버렸다.그 사이 나는 S네 집에서 만취해서 꽐라가 되었다(고 한다.)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꽃새우를 기어이 사서 J가 한국 가기 전에 같이 먹고 저스트 댄스를 열심히 추었다. J가 한국에 간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네. 사실 J가 간 주말은 사흘 내내 집에만 박혀있었다.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취해서 헤롱헤롱 댔던 것 같다. 이러지 말자 싶다가도 그냥 그래 의지하던 친구가 갔으니까, 밴쿠버에서의 첫 이별이니까 하면서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가끔은 마음에 안 드는 내가 나타나도 그냥 그런 대로 두는 편이 좋은 것 같다.날씨가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하는데 대개 주말에 비가 오고 추워서 좀 불만스럽다. 나는 밴쿠버 겨울에는 못 ..
2020.06.20 -
초록색과 파란색과 나의 계절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달은 오월이다. 첫 번째 이유는 내 생일이 오월에 있어서. 어릴 때부터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만 들으면 괜히 내가 다 으쓱했다. 나는 이렇게 예쁜 달에 태어났지롱. 두 번째 이유는 날씨도 색깔도 어감도 예뻐서. 오월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고(우리 고양이 이름도 오월이 될뻔했었다) 변덕스러운 초봄을 지나 파랗고 초록색으로 진하게 물드는 오월의 색도 좋았다. 적당히 따땃하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한, 여름이라고 하기엔 봄 같고 봄이라 하기엔 조금 진해진 계절. 요즘 밴쿠버의 오월이 너무 반짝이고 예뻐서 자꾸 감상에 젖는다. 매일 오가는 출근길에서 매일 같은 장면을 찍고, 퇴근길엔 빙빙 돌아 조금 더 날씨를 만끽한다. 어느날은 아침에 너무 일어나기 싫어 트레인 ..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