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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틀어서
길을 틀어서 가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엄청난 결정이지만 생각보다 쉽게 결정했고 일단 하고 있다. 너무 가볍게 결정했나, 가끔은 그것이 나를 괴롭히지만 요즘은 생각보다도 행동을 먼저 하려고 노력 중이니 불안을 잠재워본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던 태도에서 벗어나는 일은 가끔은 기껍고 가끔은 너무너무 불안하고 그렇다. 사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가 길을 잘 들어선 것인지 이러다 너무 늦어져서 아무것도 못 돼 버리는 건 아닐지. 생각함으로 살아있던 내가 죽은 길로 들어서는 건 아닐지. 아니면 그저 죽도록 노력할 준비는 아직 안 돼있는 게 아닐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그럼 또 불안해지니까 다시 차단. 조명을 끄는 것처럼 생각을 차단하라는 말은 회사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회사의 일에 너무 얽매여서 벗어..
2021.03.03 -
옥색을 찾아서
안 덥고 안 습한 환상적인 날씨가 계속되고 코로나 확진 케이스는 날이 갈수록 줄었던 밴쿠버의 여름. 하지만 여전히 주 간 여행은 금지되어 있었다.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꿈꿨던 록키산맥과 밴프 여행은 내가 있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알버타 주로 이동해야 했기에 가기가 어렵게 됐다. 캐나다까지 와서 록키를 못 가다니 마음이 쓰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BC주 내에서 놀아보자고, 하우스메이트들과 렌트를 해서 놀러 갈 계획을 세웠다. 다들 캐나다스러운 곳, 대자연에 목말라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많아(BC의 밴프라는 조프리 레이크도 내가 있던 기간 내내 문을 열지 않았다.) 선택지가 그렇게 많진 않았다. 고심하다 가리발디 산에 가기로 했다. 물론 가리발디 산 역시 코로나 때문에 등반객의 수를 ..
2021.02.15 -
2021 독서 기록
1. , 이길보라 2. , 편혜영 조해진 김나영 한유주 이주란 이장욱 3. , 김혼비 박태하 4. , 핫펠트 5. , 캐럴라인 냅 6. , 장류진 7. , 정세랑 8. , 김신회 9. , 정세랑 10. , 김혼비 , 박완서 , 신형철 , 정세랑 , 전순예 , 리단
2021.01.25 -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코다’는 농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하는 단어다. 나는 이 단어를 이길보라 감독의 칼럼에서 처음 봤고, 내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정체성에 대해 생각했다. 이길보라 감독은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담은 세상을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담아냈다고 한다. 농인들은 박수를 소리 내어 치지 않는다. 양손을 반짝반짝하는 모양으로 흔드는 것이 농인들의 박수 방식이다. 이길보라 감독의 이력을 몇 줄 읽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은 이렇게 넓어진다. 이 책의 부제는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이고 이길보라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는 거리에서 삶을 배웠던 청소년 시기의 경험을 담은 ‘로드스쿨러’다. 감독은 그렇게 세상을 배우며 삶을 넓혀왔고 나는 고스란히 그 기록의 역사를 읽으며 나의 지도를 넓힌다. 이 ..
2021.01.25 -
공백기
연예인들이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기간을 공백기라고 하는데, 요즘의 내 상황도 어쩌면 공백기라고 할 수 있겠다. 종종 연예인들이 복귀하고 난 뒤 공백기에 대해 이야기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외로웠고 힘들었고 막막했고 불안했고 때론 절망도 했지만 필요한 시간이었고 다시 뵐 수 있어 다행이라고. 혹은 숨차게 달려왔던 나를 다독이고 돌아보며 나와 더 친해지는 시간이었다고. 잘 쉬었다고. 뭐 인생의 굴곡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두에게 같은 형태인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건 남들과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일은 아니고 그렇게 일차원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 고비 혹은 쉼을 지나며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며 내 상태를 조금 점검을 해본다. 아직 나쁘진 않지만 곧 불안해질, 잘 버텨내야 할 그런 나. 하지만 나..
202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