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ment(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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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
한 학기의 4분의 3이 지나갈 무렵, 일주일에 적으면 두 번, 많으면 네 번까지, 코 앞의 정류장을 두고 한참 멀리 정류장까지 숨차게 내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만나고 있지만 어쩐지 친밀해질 수 없었던 모임에서 친밀함을 거부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단호함과 솔직함과 닮아 있었는데도 그 사람의 단호함은 날 선 낯섦이었다. 늘상 익숙했던 것들에 대해 화가 났다. 두려웠고 힘들었고 이내 아주 많이 화가 났다. 아주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에 대해서 아주 오래 묵힌 감정이 터져나왔지만 아주 오랜 두려움에 맞서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 반가워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학교 언덕을 내려오다가 아주 큰 트리를 발견했다. 차가워진 하늘에 휑뎅그렁하게 뜬 속이 빈 별. 손이 건조해지고 패딩 내..
2014.11.26 -
오랜만이야
시간의 공백은 친밀감을 증폭시킨다. 나는 가을을 원래 좋아하지만 인지하지 못한 새 차가워진 공기나 울긋불긋 물든 색깔을 보면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을을 좋아한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만남이 짧아서 더 다음 가을을 기다리게 되는 거겠지. 아마도 이건 시간의 마력. 이날은 동생을 보러 갔다. 동생과 난 썩 친밀한 사이는 아니다. 썩 안 친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남매같은 남매라고 생각한다..ㅎ_ㅎ 그래도 오랜 시간 떨어져있고, 떨어져서 간 곳이 군대라는 사실은 아무래도 없는 듯 있는 친밀감을 아주 크게 증폭시키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새벽부터 짐을 메고 동생 얼굴 보러 갔을리가....... 라고 츤츤대 본다. 이것도 시간의 마력....과 군대의 마력?ㅋㅋ.... 동생의 얼굴이 괜찮아..
2014.11.03 -
뜨거울 때 꽃이 핀다
뜨거울 때 꽃이 핀다 -Yeol- 인터넷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만나니 반갑고 더 좋은 작품 공간 낯-선도 문을 닫는다고 한다. 자주 가던 곳은 아니지만 마음에 들어 종종 들르고 싶은 공간이었는데 아쉬워서 닫기 전에 다녀왔다. 이라는 책과 사진엽서를 발견했다....... 홀딱 반해서 인스타그램도 팔로우. 연남동 노랭이들 소식을 받아보기로 함. 낯-선 안녕 다시 뜨거운 곳에서 꽃 피우며 만나요 꼭 꽃은 아니어도 좋아 꽃봉오리나 잎사귀나 줄기라도, 씨앗이나 뿌리나 작은 솜털이라도
2014.10.25 -
falling
매일매일 시험을 보다가 딱 하루 걸러 시험을 보았다. 시험 중이지만 하루 쉬(어야 하)는 날인데다 날씨까지 좋아서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우리집 카메라는 EOS 조상님 격인 350D. 곧 바디를 바꿔야 하는데, 바꿔야 하는데 하면서 조상님 할아버지 될 때까지 들고다니고 있다. 렌즈를 고르면서 아무 생각없이 자주 쓰던 시그마를 턱 잡았다가 문득 한번도 안써본 렌즈가 눈에 들어왔다, 그날따라 유난히. 항상 내가 이건 뭐지? 하면 엄마가 늘 그건 접사야, 라고 해서 매번 그럼 됐고! 하고 넘어가던 렌즈였는데 이날은 왠지 써보고 싶어서 무작정 들고 나왔다. 어떻게 쓰는 건지 네이버에 검색하면서ㅋㅋ....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집에 있었지만 엄마가 자연학교 갈 때만 종종 쓰던 요 녀석은 백마..
2014.10.24 -
금요일같은 화요일엔 청귤이 필요하다
금요일같은 화요일이다 내일은 주말이어야 하는데, 주말이어야만 하는데 내일은 수요일, 이제 겨우 일주일의 고지가 보인다.시간표가 주말을 향해 발산하는 통에 월요일부터 점점 힘들어지는데 어째서인지 요즘은 목요일이나 금요일보다 수요일이 더 힘겹다. 산 꼭대기를 꼴깍 넘어가기 직전같다. 쉴 새 없이 오르막을 오르느라 몸은 몸대로 지치고 내려갈람 한참은 남았다는 생각에 정신적 피로감도 최고조에 오르는 절대 지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순간. 으으. 타이밍 좋게도 지쳐가는 화요일 밤, 엄마가 며칠 전에 주문한 청귤이 도착했다. 레몬보다 비타민은 훨씬 많고(사실!) 레몬보다 탄소발자국이 적단다(요것은 확실치 않음). 알고보니 요즘 많이들 청귤청을 담아 먹는다고. 대세는 레몬청과 자몽청을 지나 청귤청인가. 명성답게 요녀석..
201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