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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을 해내기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하자, 고 미뤄둔 것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클리어할 때의 느낌이 좋다. 오늘은 드디어 자주 가던 마트의 포인트 카드를 만들었다. 당장 했어도 되는 거지만 그동안은 이거 하나 하는 것도 부담이 됐던건지 선뜻 손이 안 가더니만, 오늘 드디어 장 보면서 새 카드를 만들고 등록했다. 포인트 카드 만들기, 식기 구매, 운동 시작, 방에 사진 붙이기. 별 것 아니지만 당장 해야한다고 밀어붙이지 않은 것들이 하나 하나 완료되어갈때마다 생활인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020.05.07 -
5월의 밴쿠버, 밴쿠버의 생활인
벌써 5월이라니, 시간 가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계속 집에 있어서 더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는 걸 믿고 싶지 않은 것일수도. 날씨는 계속 좋아지다가 이번주는 갑자기 비가 온다. 비가 오니 5월인데도 쌀쌀하더라. 내내 비가 오다가 잠깐 멈춘 틈을 타서 이런 풍경을 포며 달리기도 하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팩하면서 유튜브로 뮤지컬을 보고. 캐나다까지 와서 집에 갇혀있는게 약간 우울하다가도, 이렇게 혼자 생활을 꾸려가는게 꽤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캐나다에 와서 생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냥 습관적으로 하던 일들, 늘 하던대로 하던 것들, 아주 일상적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루틴들이 전부 바뀌고 하나하나 새롭게 세팅을 해야하니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 처음 장을 볼 ..
2020.05.04 -
밴쿠버에서 만난 겹벚꽃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밴쿠버에서 만난 친구와 영어로 수다 떨며 걷는 날. 오늘은 처음 가보는 루트로 걸었는데, 너무 내 취향의 풍경을 많이 만나서 즐거웠다. 그중 제일은 역시 갑자기 만난 겹벚나무들. 무슨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뒤를 돌자 갑자기 커다란 나무들이 눈에 꽉 차게 들어왔다. 타이밍도 좋게 만개한 겹벚나무들이 줄을 지어 꽃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너무 예쁘고, 꼭 우리 동네 겹벚꽃 포인트와 조금 닮아있어 꿈만 같았던 순간. 꽃터널 아래에서 한참이나 벗어나질 못했다 밴쿠버에 카메라를 못 가져온 게 아쉽지만, 고프로가 생각보다 사진도 괜찮네! 그동안 늘 실패했는데, 다행히도 오늘은 나름 만족스럽다. 오래간만에 햇빛 아래에서 한참을 걷고 이제 꽤 편해진 친구와 말도 안 되는 영어로라도 신나게 떠드니..
2020.04.20 -
맥과 윈도우 사이
회사에서는 맥을 쓴다. 새롭게 익힌 단축키들이 제법 손에 빨리 익었다. 집에 돌아와서 내 컴퓨터를 켜면, 고새 익숙해진 새로운 단축키를 누르고 있다. 윈도우를 20년을 넘게 쓴 거 같은데, 고작 몇 달 썼다고 세상에나. 적응해야 하는 것에 적응하다 보면 익숙한 것마저 가끔 잊게 되고, 익숙한 것을 잊어버리는 기분에 허둥대다 보면 손에 슬슬 익는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직은 낯설다는 걸 깨닫는다. 손에서 마구마구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면 그냥 가만히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요즘의 나처럼.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고 먼 다른 장소에 산다는 것, 그러니까 만나지 못하고 전화나 노력해봤자 영상통화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은데, 다른 시간에 산다는 게 조..
2020.04.15 -
정이 들만하면 떠나기의 연속
생각해보니 이게 벌써 세 번째 이사다. 첫 숙소에서 한 달 임시 숙소로, 한 달 임시 숙소에서 오래 살 집이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집으로. 그리고 그 집에서 지금 이곳으로. 임시 숙소에서 지낼 땐, 한 달 후에 떠날 거라 생각하고 하우스메이트들과 그리 살갑게 지내진 않았는데도 떠날 때 괜히 아쉬웠다. 하우스메이트, 동네, 집과 내 방에도 정이 이제야 드는데 떠나는구나, 하며 아쉬워했다. 두 번째 집은 오래 콕 박혀있을 생각으로 들어간 집이었지만, 세 가족이 사는 집이라 친해질 일이 별로 없겠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혼자 타국에 나온 젊은이가 눈에 밟히시는지 할머니는 김치며 무말랭이 같은 반찬들을 자주 해서 주시곤 했다. 먹을 거에 무장해제된 건지, 할머니에게 약한 건지 (우리 할머니 보고 싶다) 어쨌든 갑..
202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