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Box(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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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세번째 타투이자 첫 레터링 타투를 했다. 말에 대한 감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내 생각도 너무 많이 바뀔 것 같아서 레터링은 새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생각마저 바뀌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을 새겼다. 볼때마다 그렇지, 괜찮지, 끝이 아니지, 생각하려고 한다. 언젠가 취향이 변하더라도 지금의 상황과 마음을 기억한다면 그렇게 꼴보기 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다음 타투에 대해 생각했다. 새 타투를 가장 하고 싶은 건 타투를 받고온 날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엄마에게 새 타투를 보여주면서 다음 타투 얘기를 하자, 엄마도 받고 싶다고 했다. 엄마랑 같은 타투를 받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가능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우리의 자연이름인 꽃들을 엮어서 팔에 새겨보자고, 가볍게 웃으며 얘기했고 내..
2021.09.13 -
W삼촌
삼촌에 대해 떠올리면 오대오 가르마의 다소 긴 머리에 환하게 웃고 다정하고 가끔 동생을 둘러메고 뺑뺑 돌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랑 동생이랑 삼촌과 같이 에버랜드같은 곳에 갔던 것도 기억이 난다. 우리 아빠는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고 짜증이 나면 무섭게 화를 내는 사람이어서 나는 그런 곳에 가보고 싶단 말도 안 했고 아빠랑은 가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날은 좋았다.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고 날씨는 좋았던 것 같고 튤립같은 꽃이 피어있었던 것도 같다. 에버랜드가 아니고 서울랜드였던가. 같이 찍은 사진과 그 분위기만 기억이 난다. 행복하고 따뜻하고 즐거웠던 기억. 삼촌과 엄마아빠가 어떻게 알게된 사이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날부턴가 우리집에 자주 찾아왔고 나와 동생과 잘 놀아주었다. 그무렵 무척..
2021.06.01 -
길을 틀어서
길을 틀어서 가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엄청난 결정이지만 생각보다 쉽게 결정했고 일단 하고 있다. 너무 가볍게 결정했나, 가끔은 그것이 나를 괴롭히지만 요즘은 생각보다도 행동을 먼저 하려고 노력 중이니 불안을 잠재워본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던 태도에서 벗어나는 일은 가끔은 기껍고 가끔은 너무너무 불안하고 그렇다. 사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가 길을 잘 들어선 것인지 이러다 너무 늦어져서 아무것도 못 돼 버리는 건 아닐지. 생각함으로 살아있던 내가 죽은 길로 들어서는 건 아닐지. 아니면 그저 죽도록 노력할 준비는 아직 안 돼있는 게 아닐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그럼 또 불안해지니까 다시 차단. 조명을 끄는 것처럼 생각을 차단하라는 말은 회사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회사의 일에 너무 얽매여서 벗어..
2021.03.03 -
2021 독서 기록
1. , 이길보라 2. , 편혜영 조해진 김나영 한유주 이주란 이장욱 3. , 김혼비 박태하 4. , 핫펠트 5. , 캐럴라인 냅 6. , 장류진 7. , 정세랑 8. , 김신회 9. , 정세랑 10. , 김혼비 , 박완서 , 신형철 , 정세랑 , 전순예 , 리단
2021.01.25 -
공백기
연예인들이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기간을 공백기라고 하는데, 요즘의 내 상황도 어쩌면 공백기라고 할 수 있겠다. 종종 연예인들이 복귀하고 난 뒤 공백기에 대해 이야기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외로웠고 힘들었고 막막했고 불안했고 때론 절망도 했지만 필요한 시간이었고 다시 뵐 수 있어 다행이라고. 혹은 숨차게 달려왔던 나를 다독이고 돌아보며 나와 더 친해지는 시간이었다고. 잘 쉬었다고. 뭐 인생의 굴곡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두에게 같은 형태인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이건 남들과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일은 아니고 그렇게 일차원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 고비 혹은 쉼을 지나며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며 내 상태를 조금 점검을 해본다. 아직 나쁘진 않지만 곧 불안해질, 잘 버텨내야 할 그런 나. 하지만 나..
202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