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Box(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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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메모들
1. 처음 왔을 땐 그저 답답하게만 느껴지던 주황색 조명이 이제는 따뜻하고 아늑해서 좋다. 확실히 공부나 일할 땐 하얀 조명이 좋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집에서 오래 공부하거나 일할 일이 별로 없어서 집엔 하얀 조명을 잘 안 쓰는 걸까? 저녁 무렵 선셋 비치를 걷다 보면 하나둘씩 켜지는 주황색 불빛이 따스하고 여유로워 보여 좋다. 2. 해외 생활을 하다보면 국내에서 지내는 것보다 압축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잦은 것 같다. 해외에 있기 때문에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 것보다 (물론 그런 일도 많지만) 국내에서도 겪을 일이지만 국내에서라면 1년에 한 번쯤, 아니면 3년에 한 번쯤 올 일이 일주일마다 몰아치게 되는 것. 어차피 일어날 일이 촉발만 조금 빠른 것이라고 하기엔, 정신을 차릴 틈을 주..
2020.11.07 -
처참한 날들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은 나날이다. 태어난지 6개월 된 아기를 대상으로 성착취를 하고, 유아의 성착취물을 보기위해서 또 다른 유아동에 대한 성범죄를 조장한 손정우가 고작 1년 6개월 형을 살고 석방되었다. 미국으로의 송환도 불허되었다. 한국 법정에서 제대로 단죄하여 한국 내 아동청소년 범죄에 경종을 울린다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가 이유였는데, 그런 한국 법정에서 손정우에게 1년 6개월 형을 내렸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손정우는 같은 죄목으로는 다시 처벌받지 못한다. 한국에 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법대로만 처리했어도 최대 10년 형까지는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성인 여성, 미성년자 여성, 그리고 어린이, 걷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유아, 아동까지. 한국의 성범죄는 어디까지 가는가. ..
2020.07.10 -
맥과 윈도우 사이
회사에서는 맥을 쓴다. 새롭게 익힌 단축키들이 제법 손에 빨리 익었다. 집에 돌아와서 내 컴퓨터를 켜면, 고새 익숙해진 새로운 단축키를 누르고 있다. 윈도우를 20년을 넘게 쓴 거 같은데, 고작 몇 달 썼다고 세상에나. 적응해야 하는 것에 적응하다 보면 익숙한 것마저 가끔 잊게 되고, 익숙한 것을 잊어버리는 기분에 허둥대다 보면 손에 슬슬 익는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직은 낯설다는 걸 깨닫는다. 손에서 마구마구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면 그냥 가만히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요즘의 나처럼.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고 먼 다른 장소에 산다는 것, 그러니까 만나지 못하고 전화나 노력해봤자 영상통화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은데, 다른 시간에 산다는 게 조..
2020.04.15 -
붕 떠있는 날들
밴쿠버에 온 지 18일째. 생각보다 시간이 훅훅 간다. 오래 있을 거란 생각에 여행자보다 천천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18일 동안, 고작 다운타운과 버나비 정도를 다녔으니 여행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스피드지. 여행으로 왔으면 벌써 록키 보고 왔을 거야. 아직 일을 본격적으로 구하지 않고 그저 돈을 쓰고만 있는 날들이라 재미없을래야 재미없을 수가 없다. 동네만 걸어도 들뜨고 잉글리시베이만 가면(도보 10분) 그렇게 맘이 뿌듯할 수가 없다. 걸어서 바다에 갈 수 있다니! 구글맵으로 걸어서 10분, 그러니까 왕복 20분 거리면 망설임 없이 걷기도 하고 오늘은 무려 5km나 걸어 스탠리파크를 빙 둘러왔다. 날이 좋으면 걸으러 가고 날이 안 좋으면 도서관이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있다. 소비만 하는 삶이 어..
2020.02.15 -
외국에 나올 땐, 해외 로그인 차단을 해제하자
드디어, 해외 로그인 차단이 해제되었다. PC로도 글을 쓸 수가 있다, 드디어! 외국에 나올 때 해외 로그인 차단 해제 하라는 글을 분명 읽은 적이 있는데 네이버만 해제해두었지, 티스토리는 상상도 못했네. 그래서 한동안 컴퓨터로는 티스토리에 로그인을 할 수가 없었다. 고객센터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하고, 그리고서도 며칠 기다리고 나서야 해외 로그인 차단이 풀렸다. 외국에서 산다는 게 이렇게 또 실감이 되네
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