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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김혼비
아무튼 좋은 것, 딱 한 가지에 대해 쓰는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특히 은 출간 전부터 기대가 됐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쓰는 술 이야기를 술 좋아하는 내가 놓칠 순 없었으니까. 이 책은 꼭 술 한 잔 하면서 읽어야지, 생각했기에 청주 한 병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은 대단한 술 추천이나 술과 함께하는 여행, 혹은 안주 추천 같은 글은 아니다. 술을 너무 사랑하는 작가의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책이었는데 첫 장을 읽으면서부터 허벅지를 때리며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옆에 있던 친구에게 너무 웃긴 에피소드를 읽어주며 이 즐거움을 나누고 싶을 정도로. 최근 만난 작가 중 가장 맛깔나게 글을 쓰는 작가였고, 나는 김혼비 작가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렇게 깔깔 웃다가, 어느 부분..
2019.07.16 -
<잘 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 나는 나를 믿는 일이 제일 어렵다. 어쨌든. 아주 조금씩 가고 있다 이경미 감독을 처음 안 것은 영화 덕분이었다. 공효진이 주인공이라서 별 생각 없이 봤던 영화는 특이했고, 별난 사람들의 이상한 이야기지만 웃기게도 무척 공감하며 재미있게 봤었다. 이경미 감독은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를 독특하게 그려내는 감독이었다. 그래서 이경미 감독의 이름을 기억했고 다음 영화인 도 챙겨보았다. 역시 다소 독특했지만, 그래서 좋았다. 평범한 이야기를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틀어서 보여주는 감독이었다. 한국 영화계에 꼭 필요한, 더 많아져야 할 독특함과 이상함, 낯섦을 지닌 감독이었다. 는 이경미 감독의 일기를 엮어 낸 그의 첫번째 에세이집이다. 보편적인 이야기였지만 감독의 영화만큼이나 독특하고 흡입력 있는 이..
2019.07.16 -
뮤지컬 <곤 투모로우>
오랜만에 뮤지컬. 역시 이지나, 역시 박영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극은 조금 애매하다. 전체적으로 극이 중심을 못 잡는다는 느낌도 받음. 김옥균의 개인적인 고뇌라든지 그 사상을 좀 더 보여줬으면 마지막 장면이 더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지금으로선 마지막 장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생전 김옥균은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 죽고나선 왜 저러죠? 왜 갑자기 신선같죠...? 포우 영원도 아니고, 지저스도 아니고.... 마지막 장면은 그냥 와장창, 절망 + 떼창으로 끝내는게 나아보임. 강필석은 김옥균 참 잘 어울렸음. 단아한 얼굴, 빛나는 눈동자라는 가사가 찰떡같이 배우묘사....ㅋㅋㅋㅋ 박영수는 잃어버린 얼굴에서도 유약하고 껍데기만 남은 고종을 찰떡같이 연기하더니, 여기선 반 미쳐가는 것까지 완벽..
2016.09.21 -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제목 길다. 원제는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무대와 연출이 참 신비로웠다. 크리스토퍼가 상상할 땐 나도 같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 배우들이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유영하듯 움직이는 것을 보는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주가 내려온 듯한 별빛, 별들이 일렁이듯 움직이던 이미지와 움직임. 작은 소품들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세상과 우주를 만들고 수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감탄스러웠다. 흔하지만 뻔하지는 않은, 길지만 지루하지 않은, 담담하지만 찡한, 답답하지만 이해가 가는 이야기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가 되는구나. 크리스토퍼의 말투, 몸짓, 태도, 눈빛이 내게 낯설지 않았고, 내가 보지 못했던 그 애들은 어땠을..
2015.12.03 -
연극. 복도에서, 美성년으로 간다
옴니버스 형식의 와 . 는 기승전결이랄 것이 없는 복도의 단상을 보여준다. 상담실 앞 복도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웃겼고 귀여웠고 안쓰러웠고 어딘지 낯익은 학생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긴 서사가 아니라 한 장면, 그 시절의 파편을 보여주는 연극이어서인지 보면서 내내 내가 겪었던 것들을 떠올렸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기다리는 불안함 속에서 다른 애들은 무슨 얘기를 했을지 궁금하다. 찌를듯한 예민함과 속을 알 수 없는 변덕스러움, 이기적인 말투, 여기가 어딘지조차 모르겠는 갑갑함.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가졌지만 그저 스쳐갈 뿐인 복도. 어디에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성격들, 표정들, 대사들. 반갑기도 생경하기도 했다. 분명 내가 느꼈던 그 감정들인데 지금은 우습기도 하고 왜 저래? ..
201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