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Vancouve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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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을 해내기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하자, 고 미뤄둔 것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클리어할 때의 느낌이 좋다. 오늘은 드디어 자주 가던 마트의 포인트 카드를 만들었다. 당장 했어도 되는 거지만 그동안은 이거 하나 하는 것도 부담이 됐던건지 선뜻 손이 안 가더니만, 오늘 드디어 장 보면서 새 카드를 만들고 등록했다. 포인트 카드 만들기, 식기 구매, 운동 시작, 방에 사진 붙이기. 별 것 아니지만 당장 해야한다고 밀어붙이지 않은 것들이 하나 하나 완료되어갈때마다 생활인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020.05.07 -
5월의 밴쿠버, 밴쿠버의 생활인
벌써 5월이라니, 시간 가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계속 집에 있어서 더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는 걸 믿고 싶지 않은 것일수도. 날씨는 계속 좋아지다가 이번주는 갑자기 비가 온다. 비가 오니 5월인데도 쌀쌀하더라. 내내 비가 오다가 잠깐 멈춘 틈을 타서 이런 풍경을 포며 달리기도 하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팩하면서 유튜브로 뮤지컬을 보고. 캐나다까지 와서 집에 갇혀있는게 약간 우울하다가도, 이렇게 혼자 생활을 꾸려가는게 꽤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캐나다에 와서 생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냥 습관적으로 하던 일들, 늘 하던대로 하던 것들, 아주 일상적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루틴들이 전부 바뀌고 하나하나 새롭게 세팅을 해야하니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 처음 장을 볼 ..
2020.05.04 -
정이 들만하면 떠나기의 연속
생각해보니 이게 벌써 세 번째 이사다. 첫 숙소에서 한 달 임시 숙소로, 한 달 임시 숙소에서 오래 살 집이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집으로. 그리고 그 집에서 지금 이곳으로. 임시 숙소에서 지낼 땐, 한 달 후에 떠날 거라 생각하고 하우스메이트들과 그리 살갑게 지내진 않았는데도 떠날 때 괜히 아쉬웠다. 하우스메이트, 동네, 집과 내 방에도 정이 이제야 드는데 떠나는구나, 하며 아쉬워했다. 두 번째 집은 오래 콕 박혀있을 생각으로 들어간 집이었지만, 세 가족이 사는 집이라 친해질 일이 별로 없겠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혼자 타국에 나온 젊은이가 눈에 밟히시는지 할머니는 김치며 무말랭이 같은 반찬들을 자주 해서 주시곤 했다. 먹을 거에 무장해제된 건지, 할머니에게 약한 건지 (우리 할머니 보고 싶다) 어쨌든 갑..
2020.03.31 -
COVID-19의 습격
캐나다에 온 지 이제 50일. 상황이 아주 심난하다. 정말로 습격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간 이상하게도 운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 못해 살짝 불안하기까지 했는데, 불안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만 같다. 운 좋게도 렌트비가 놀랍게 싼 집으로 이사를 했고, 집도 좋고 같이 사는 가족들도 좋았다. 상냥하고, 도움을 많이 주셨다. 이전에 계약하기로 했다가 이곳에 오기로 해서 취소한 곳에서 디파짓도 돌려받았다. 사실 내가 성급하게 계약한 거라 디파짓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었다. 친구는 그 집주인을 천사라고 불렀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내가 운이 좀 좋았구나. 백수로 지낸 지 한달이 조금 넘었을 때 드디어 일을 구했고, 첫 출근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2020.03.18 -
한 달 단탄 살이 끝, 이사 완료
3월 1일 자로 다운타운 한달살이가 끝이 났다. 잉글리시 베이도 너무 좋고 예쁜 카페도 맛집들도 다 모여있는 다운타운. 슬슬 날도 봄 같아지고 여기저기 벚꽃도 예쁘게 피니 조금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렌트비가 너무 비싸 어쩔 수 없다. 🤷♀️ (사실 돈 많으면 단탄 살고 싶어^^,,,) 얼른 장기 방으로 이사해서 방도 꾸미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도 사고 싶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천천히, 그래도 나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떠날 땐 못한 것 아쉬운 것들만 떠오르기 마련인지.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다른 카페를 가보고 하이킹도 하고 바닷가도 걷고, 새로운 밋업에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이렇게도 일상이 평화로울 수가 없다. 백수는 어디서든 행복한 ..
2020.03.06